박상규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발주처 책임 공기지연 따른 간접비 미지급 연간 1500억"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동반성장을 추진할 때 다른 제조업과 건설사를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업계의 발주-하청구조가 다른 제조업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사진)은 2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건설업계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 제조업에 편중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자 등 일반 제조업의 경우 대형업체가 발주처이고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그 하청을 맡는 구조인 데 비해 건설의 경우 대형업체든 중소업체든 모두 하청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등 발주처가 따로 있음을 강조한 얘기다.
따라서 하청을 받아 살아가는 건설업체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 등 대형 발주처부터 대금지급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사를 한 만큼 대가를 주지 않으면 원청업체가 힘들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 하청업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어서다.
특히 박 부회장은 공사 계약 당시의 공사비는 물론 일을 더 오랫동안 시킨 부분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막대한 장비와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건설공사를 몇년간 더 하도록 해놓고 나중에 나몰라라 하는 사례가 적잖다고도 했다.
박 부회장은 "도로와 철도를 비롯해 장기간 계속해야 하는 건설공사의 경우 사업이 2~3년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로 인해 건설사가 지급받지 못하는 간접비 미지급금이 연간 1500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발주처 책임으로 공기가 지연돼 간접비를 받지 못한 누적금액은 현재 92개사의 295개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총 420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추가 간접비 지급에 대해서는 국가 예산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사실상 승인이 필요해 지급이 거의 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조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등급별 공사제도를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회장은 "소규모 업체들이 등급별 공사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 더 큰 규모의 공사를 하고 이런 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민간에서도 등급별 공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건설사는 중기 자금지원에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했다. 박 부회장은 "중소기업청 예산을 제외한 정부부처 중소기업 지원예산 3조7000억원(2011년 기준) 중 국토부 예산은 90억원으로 0.2%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건설업체들이 그나마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예산도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건설산업의 '손톱 밑에 박힌 가장 큰 가시'로 최저가낙찰제를 지목했다. 최저가낙찰제란 300억원 이상의 정부 발주 공사를 공사비를 가장 적게 써낸 업체에 맡기는 제도다. 하지만 '싼게 비지떡',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따낸 건설공사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최저가로 학교급식을 한 결과, 불량식단이 넘쳐나며 실패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쉽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500억원을 들여 만든 경부고속도로의 연간 유지 보수비만 수천억원이 들어간다"며 "최저가낙찰제는 당장의 낙찰가격을 줄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전체 시설물의 생애주기 관점에서는 총 사업비가 오히려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다. 박 당선인이 적정 가격을 제공하는 입찰제도를 공약한대로 합리적인 입찰제도를 도입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 국토부 차관 출신의 김희국 의원은 일본의 '종합평가낙찰제'를 모델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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