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확보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밝혔다.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기존 정부가 대선공약 재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공약의 내실 있는 정책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문제를 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의 일부 부서가 마찰을 빚었다. 한 예로 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상 제약으로 박 당선인의 복지 관련 공약을 전부 다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태도를 취하자 박 당선인이 '불편해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갈등은 정부 재정을 책임진 기획재정부가 공약 재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함으로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 재정이 박 당선인의 공약을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정부의 일부 부서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올해 정부 예산이 342조원임에 비추어 다음 대통령 임기 5년간 135조원(연평균 27조원)이나 되는 공약 소요재원을 추가로 조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박 당선인은 증세를 가급적 배제하고 비과세ㆍ감면 축소,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중 30%를 국민연금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이행 의지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취임 이후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그 전에 재원대책을 확실히 챙기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의지가 지나쳐 불합리한 고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약 이행도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재정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효율화하는 조정작업의 일환으로 공약 소요재원이 확보되는 방식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재정에 큰 주름살이 생기게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공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경우는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완급을 조절하거나 실행을 유보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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