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인완 "무명 감독이라 불안해요?"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해해요. 사람들은 스타를 더 좋아하는 법이니까요. 자존심 상하진 않습니다. 유상철 감독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잖아요."

지난해 11월 대전 시티즌은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선수단의 1부 리그 잔류에도 유상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다음 선택은 더 예상 밖이었다. 김인완 부산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일천한 프로구단 감독 경험. 스타 출신도 아니었다. 명장을 기대했던 대전 팬들은 무명 지도자에 시큰둥해했다.

김 감독은 대전 팬들의 불안을 이해하면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대전이 자신을 택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가능성을 일깨워 최선의 전력을 만들길 바란 거죠."

근거는 풍부한 유소년 육성 경험. 광양제철중·고 감독 시절부터 원석을 갈고 닦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 이종호, 김영욱, 황도연(이상 전남)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한 달 동안 팀 리빌딩에 집중했습니다. 가난한 시민구단인데 시즌 뒤 주요 선수들도 빠져나갔잖아요. 다른 팀에선 외면을 받았지만,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새롭게 꾸리고 있습니다."

대전은 최근 박진옥·오봉진·윤원일·김한섭 등을 영입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는 없지만 모두 일정 수준의 기량과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을 지녔다. 그간 동기부여와 자신감이 부족했을 뿐이다.

"선수들에게 얘기했어요. 할 수 있단 생각과 절실함을 갖고 운동장에 나서라고. 여기서 밀려나면 더 이상 갈 곳도 없어요. 프로에서 뛴다는 건 기본 능력을 갖췄단 뜻입니다. 아픔이 있을 뿐이지, 여기서 좋은 선수로 거듭나면 더 많은 연봉을 받고 기업구단에 가고,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어요. 대전을 발판으로 삼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대전 시티즌 제공]

전력 누수가 심했던 공격진은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전력의 반'이었던 케빈과 김형범이 빠지고, 야심차게 나섰던 정대세 영입도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베테랑 공격수 정성훈과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 주앙 파울로가 빈자리를 채웠다. 새 외국인 스트라이커도 눈여겨보는 중. 이만하면 주어진 환경에서 알찬 전력 보강이다.

김 감독은 이들을 이끌며 재밌는 축구를 바라본다. 사실 그는 지난해 부산에서 '질식 수비'의 두뇌 역할을 했다. 대전 부임 이후에도 선수 보강은 수비 위주였다. 이 탓에 일부에선 대전이 수비적 전술을 펼칠 것이라 넘겨짚었다.

"오해입니다. 부산에선 정통 스트라이커가 부족했죠. 생존을 위해 수비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전에선 다를 겁니다. 정성훈에 좋은 외국인 공격수까지 영입하면 득점력은 충분합니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 없인 이길 수 없어요. 조직력과 다양한 득점 패턴을 앞세워 공격에 무게 중심을 실은 축구를 펼칠 겁니다."

김 감독은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규정한다. 취임사부터 소박했다. 우승이나 상위 스플릿 입성과 같은 거창한 포부는 없었다. '1부리그 생존'만을 얘기했다. 신임 감독의 목표라기엔 자신감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이유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대전과 강원을 강등 1순위 후보로 꼽습니다. 강등 플레이오프에 가도 상무나 경찰청을 만나면 위험하죠. 결국 11위 이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허튼소리보단 정확한 현실 인식이 중요하잖아요. 시즌을 치르면서 차근차근 올라갈 겁니다. 젊은 팀인 만큼 한 번 상승세를 타면 무서운 응집력을 발휘할 거라 믿습니다. 그럼 목표도 상향 조정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