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직원들이 정말 듣기 싫어했던 그 말 한번 하고 싶다. '이 정도는 내 딸도 해…' "
현역 최고의 스타 애널리스트에 속하는 한 리서치 센터장이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애널리스트의 행태를 질타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점점 심각해지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타령으로 여의도 퀄리티가 10년은 후퇴한 거 같다"고 이같이 일갈했다.
"베스트랍시고 새롭게 등장한 어린 친구들 리포트를 보면 웃기는 수준도 많다. 수많은 애널리스트를 키워봤지만 이젠 마케팅이 애널리스트의 본질이라고 알고 있는 주니어들, 공부 안하고 떠들기만하는 애들을 어찌 키울지 난감하다"며 이건 모두의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애널리스트 이름을 확인하지 않으면 누구의 글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리포트에 대한 회의와 함께, 후배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자기 반성이 담겨있다.
대내외 기관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한 조 센터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의 수혜를 입은 스타 애널리스트다. '퀀트 애널리스트 1세대'로 불리는 그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CJ투자증권에서 하이투자증권으로 회사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도 리서치센터장 자리를 10년 가까이 지키며 전무까지 승진했다. 그의 밑을 거쳐간 수 많은 후배들은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후배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몸값을 띄우고 회사의 이익에만 골몰하면서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냉철한 평가인 셈이다. '매도' 주문은 찾아볼 수 없는 칭찬 일색의 종목 보고서, 아무리 폭을 넓게 잡아도 실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 주가 전망 등은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신뢰감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웅진그룹 사태 전후로 극과 극을 오갔던 종목 분석을 보며 투자자들은 과연 애널리스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조 센터장은 과거를 떠올리며 "(힘들었지만) 그렇게 키웠던 친구들이 그나마 이 어려운 시장에서도 건재한 걸 보면 애널리스트의 본분은 '분석과 전망' 이라는 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영업맨이 아닌 신뢰를 받는 진정한 애널리스트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글을 접한 업계 관계자들도 "애널리스트 폴은 단순한 인기투표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애널리스트 폴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서는 회사내부 성과 평가 기준의 객관화, 투명화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는 등의 공감 댓글을 올렸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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