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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얼어붙은 세탁기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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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얼어붙은 세탁기와 경제 박성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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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달이 났다. 궁상맞은 살림살이에도 동장군에 맞서 잘 버티던 세탁기가 지난 주말 작동을 멈췄다. 꽁꽁 얼어붙은 급수호스를 아예 빼내서 온수에 녹여 재연결해 가동시켰다. 그런데 20분 정도 지나자 "세탁기에서 거품이 철철 넘친다"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세제를 너무 넣었나 싶어 세탁물을 헹궈 다시 돌려봤지만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부랴부랴 검색해보니 급수호스뿐만 아니라 배수호스와 오물필터까지 얼음으로 꽉 막혔을 수 있단다. 결국 쪼그리고 앉아 1시간가량이나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세탁기 밑부분에 불어넣고야 혹한에 녹다운된 세탁기와의 사투는 막을 내렸다.


애꿎은 세탁기 제조사까지 욕을 하면서 가만히 쳐다보니 세탁기라는 물건이 좁게는 주식시장, 넓게는 경제와 비슷하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넘쳐났다. 이 물을 세탁기에 전해주는 호스가 문제였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까지도 유동성을 시장에 퍼붓고 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유동성의 공급루트가 막혀 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시한 없는 3차 양적완화에 이어 12월 국채매입을 추가 실시키로 했고 일본정부의 자산매입 역시 확대일로다. 유럽중앙은행도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간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에 대한 유동성 확대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 전 세계 화폐 유통속도가 약 40년 전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결국 찔끔찔금 흘러나오는 유동성에 시장은 '에러'신호를 보내고 있다. 현재 뚜렷한 투자주체와 거래 없이 2000선을 오르내리는 증시도 이대로 가다가는 본 기능(자금조달ㆍ운용)을 멈출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임무는 냉각된 투자심리를 녹여 유동성을 시장에 제대로 공급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실물경제 회복에 앞서 국민들에게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하는 이유다.

유동성을 공급해도 버블이 넘쳐나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빨래를 깨끗이 하겠다고 세제를 너무 쏟아부으면 내부소화가 안되고 외부로 넘쳐흘러 '아사리판'이 되고 만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를 살려보겠다며 단기 과욕을 부리면 결국 넘쳐나는 유동성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쁜 자본을 걸러내는 필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금융감독당국이 각종 테마주와 유동성 쏠림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경제는 오작동하게 될 것이다.


아직 이른감은 있지만 배수관도 점검해야 한다. 경제회복기미도 뚜렷하지 않은데 미국에서 양적완화 종료 전망설 등이 솔솔 피어오르는 것은 '출구전략'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전 세계가 초인플레이션 상태에서 급속한 경기냉각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위기의식이다.


무려 19년 동안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통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퇴임 후 '그린스펀 버블'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세계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다는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역시 출구전략에 대한 선제대비책을 마련치 못한 탓이 크다.


"모든 일에는 위험이 있고 모든 성공에는 실패의 씨앗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는 더 이상의 실패를 용인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위험이 있지만 실패 없는 경제위기 극복 모델을 구축하고 이행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경제규모가 13위라고 하지만 여전히 미ㆍ중ㆍ일에 '낀 경제' 처지인 우리로서는 특히나 실패가능한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세탁기를 고친 후 아내가 "행복하다"고 했다. 동파직전인 경제를 선순환시키겠다는 박 당선인이 국민들의 입에서 듣고 싶은 바로 그 말일 게다.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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