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정부'를 표방하는 차기정부 금융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서민'과 '소비자'이다. 거대 금융자본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들과 그중에서도 최약자인 서민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전 세계적인 차원의 시대적 요청이다. 특히 2011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인한 서민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는 국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높이게 된 계기가 됐다.
금융정책의 기본 목적은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유지다. 이 중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정책이 금융사 건전성 확보를 통한 안정유지에 중점을 두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 소비자보호 쪽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현 정부도 서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서민금융지원센터'를 설치했고, 카드소비자 보호강화를 위한 표준약관을 제정했으며,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규제체계 구축,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치 등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또한 학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정부, 금융당국, 금융기관이 모두 한목소리로 소비자보호를 외치고 있다. 따라서 차기정부가 금융정책의 기본 기조로 소비자보호를 잡은 것은 현 금융권의 문제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차기정부는 특히 서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부업을 금융감독대상으로 포괄하고, 과잉대출 차단 등 대출자 보호장치를 도입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고 분쟁조정, 교육, 민원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할 준 독립기관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온라인 금융'에서의 소비자보호 대책과 이에 대한 의지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가입자 수는 중복가입자를 포함해 약 4200만명이며, 이미 국내 전체 금융거래 중 80% 이상이 전자거래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일 인터넷 뱅킹 이용건수도 2000여만건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금융소비자 보호가 빠진 금융소비자 보호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전 세계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온라인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으며, 자신의 돈과 정보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금융자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30만원 이하 소액 거래 ISP 온라인 금융결제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서민 소비자들의 온라인 거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정부는 이러한 온라인 금융소비자들의 고통과 불만 또한 읽어내야 한다. 온라인 금융거래의 안전성을 보장받고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는 것은 온라인 금융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변화된 시대의 요청이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된다면 온라인 금융소비자 보호 또한 주요 업무에 포함돼야 한다. 또한 보호원은 현행법상 입증책임전환 조항에 의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보장함으로써 선량한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금융소비자 보호 또한 금융거래환경 변화에 맞추어 진화해 나가야 한다. 차기정부는 온라인 금융서비스의 안전성과 온라인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금융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임을 명심하고 온라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진정한 금융소비자의 시대는 온라인 금융거래를 포함한 새로운 금융환경을 반영해야 제대로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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