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됐던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의안이 미봉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추가 협상 과정에서 다른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새해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급등한 것과 달리 합의안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여럿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채무 한도 조정이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 일시적으로 뒤로 미뤄진 상황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연방 정부의 채무가 의회에서 정한 한도인 16조3940억달러(약 1경7470조원)에 이르렀다고 이날 밝혔다.
미 의회는 2011년 8월 국가부채 한도에 합의해 올해부터 10년 동안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재무부가 특단의 조치로 여유 자금 2000억달러를 동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도 2개월 뒤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가 채무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다음달 말이나 3월 초 미국은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20%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할 수 없다. 그러면 행정부 폐쇄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치권의 합의안이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 감축, 경제성장, 불확실성 제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 감소를 위한 예산 감축안 마련과 채무 한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득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협상에서 급여소득세 2% 공제법은 연장되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소득 계층에 부과되는 급여소득세가 올해부터 월 급여의 4.2%에서 6.2%로 오르게 된다.
이는 국민에게 무리하게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는 가운데 재정적자 문제를 풀자는 협상의 근본 취지와 상반된다. 더 나아가 부유층과 중산층에 대한 세금 부담 증가가 소비를 크게 줄여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소득세율이 올라갈 부유층뿐 아니라 대다수 중ㆍ하위 소득 가구도 전보다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이번 협상안에 대해 "채무를 줄이는 진정한 과정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자동 삭감을 뜻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 연기 시한이 끝나고 연방 정부의 채무가 한도에 달하는 오는 3월을 전후로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매니저는 "정치권 합의안이 재정절벽의 극단적인 위험을 막았지만 경제에 대한 중장기 전망까지 개선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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