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남]
미네랄·아미노산의 보고…바다효소 듬뿍
함초는 옛날부터 우리나라 서남해안 개펄에 자생했지만 쓸모없는 ‘짠풀’로 여겨져 왔다. 극히 일부지역에서 봄철 몸이 나른하고 밥맛이 없을 때, 일을 하고 땀을 많이 흘릴 때, 배앓이 등의 약초로 사용될 뿐 귀찮은 풀에 불과했다.
소수의 어민들이 약초로 이용했을지언정 그 이용 가치가 미미한 때문이었던지 동의보감이나 국어사전에도 실리지 않았다. 다만 한국식물도감에 ‘퉁퉁마디’라고 간략히 소개될 정도였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에서는 소금 생산에 방해가 되는 데다 소도 먹지 않아 천덕꾸러기 잡초로 취급됐다. 완도·진도·신안 등 전남지역의 섬 주민들은 함초를 땔감으로 사용하며 ‘땍땍이풀’이라 불렀다. 염생식물을 마른 상태에서 태우면 건초 씨가 타면서 ‘땍땍’ 소리가 나는 때문이었다.
이런 함초가 최근 널리 알려진 것은 ‘신안군함초향토자원화사업단’의 역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함초의 특별한 성분과 기능에 착안한 ‘신안함초사업단’은 함초의 산업화를 위해 본격적인 연구 조사에 나섰다.
‘신안함초사업단’이 밝힌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귀찮은 잡초로 여겨져온 함초가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국 주례(周禮)의 기록에 따르면 3000년 전 일본인이 주(周)나라에 함초를 공물로 바쳤다. 주나라 황제는 이를 천하태평의 징조라 여겨 함초를 조상의 묘에 바치고 성대히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본 고대의 의서들에는 함초가 여러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1891년에는 북해도 아케시만의 작은 섬에서 특이한 함초가 발견되자 그 아름다움과 희소가치를 인정해 192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일본 천황이 북해도의 작은 도시 아케시만의 염습지대 함초군락지를 방문한 이후 이곳은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함초는 이 지역의 이름을 따 ‘아케시초’로 불렸다. 난병연구소가 함초의 식양효과를 연구하려 했지만 천연기념물인 함초를 채취할 수 없어 상품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함초를 태워 유리나 비누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게랑드지역에서 샐러드, 피클의 재료로 썼는가 하면 술을 담그기도 했다.
영국이나 호주, 네덜란드에서는 유용성 연구보다는 식물학적으로 접근, 해안 개펄이나 모래밭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쨌을까. 전라도 지역 일부에서는 민간요법의 약초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일로 대개는 말려서 땔감 정도로 사용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월경초’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쓰였다. 인천 영종도에서는 염생식물인 칠면초 씨를 받아 콩나물처럼 싹을 틔워 나물로 이용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일본의 함초 연구자료들이 국내에 소개됐다. 이를 계기로 몇몇 선진 학자들과 약초 연구자들이 함초의 유용성을 알려 왔다.
이후 함초의 성분과 기능에 눈뜬 식품업계에서 함초의 성분 분석을 공인기관에 의뢰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 연구소와 대학의 임상실험 등을 거쳐 2001년에는 식의약품안전청에 식품의 주원료 군으로 등록됐으며 함초의 상품화가 시작됐다.
함초는 지구상에서 가장 짜고 가장 무거운 염생식물이다. 그러나 바닷물의 여러 유효 성분을 듬뿍 지니고 있다. 각종 미네랄과 효소가 다량 함유돼 있는 것이다.
함초의 성분 가운데 주목할 것은 효소다. 한국토종약초회 회장인 최진규씨의 저서 ‘토종약초장수법’에는 효소의 기능이 소개돼 있다. 바다의 효소는 육지의 효소와는 달리 전분을 분해하지 않고 지방과 단백질만을 분해한다. 따라서 바다 효소는 체내 중성지방 제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생리 활성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바닷물에는 염분과 함께 각종 미네랄, 효소, 독소 등이 녹아 있다. 바닷물 1톤 속에는 그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1그램의 효소가 들어 있다. 이 효소는 바닷물 속의 유기질을 분해하는 자정작용을 한다.
바닷물에는 무수한 플랑크톤과 함께 어패류의 사체가 있다. 효소가 이 사체를 분해하면 플랑크톤이나 해초는 이 영양분을 먹고서 자란다. 바닷물이 맑게 유지되는 것은 이 효소 덕분이라 하겠다.
그러나 바닷물에는 비록 극미량이지만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 중금속도 녹아 있다. 때문에 맑은 바닷물이라 할지라도 그냥 마실 수는 없다.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말려 얻은 천일염 역시 간수를 빼고 먹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염분 스트레스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는 함초는 자신의 생육을 위해 좋은 성분들을 지니고 있다. 나트륨과 함께 칼슘, 칼륨, 철분, 인 등 풍부한 미네랄과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또 타우린을 비롯해 발린, 류신, 프로린 등 아미노산과 다당체 등도 함유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함초를 선뜻 먹기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염기 때문이다. 함초를 섭취할 경우 지나친 염분을 먹게 되는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오해다.
시궁창에서 자라는 미나리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함초도 이와 같다. 소금기만 빼주면 그야말로 영양의 보고인 것이다.
함초는 광합성을 통해 바닷물이나 개펄 속의 해로운 성분들은 거르고 이로운 성분들만 몸에 지닌다. 천일염이나 정제염에 비해 깨끗할 뿐 아니라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소금처럼 짜고 쓴 맛이 아니라 짭쪼름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한 식물소금인 것이다.
<자료 제공 : 신안군 함초 향토자원화 사업단>
김승남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