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 완화…국내 업체도 입찰 가능
정부 지원 하에 컨소시엄 꾸려 수주전 준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현대로템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총 18조원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따내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를 필두로 한 정부도 이번 사업 추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28일 국토해양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육상교통청(ANTT)은 최근 관보를 통해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깜비나스를 잇는 고속철도(TAV) 건설사업 입찰 계획을 공고했다.
브라질 고속열차 입찰은 1단계 기술이전 및 시스템 운영과 2단계 선로·역사·인프라 구조 건설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 입찰 공고는 1단계인 기술이전 및 시스템 운영에 관한 것이다. 1단계 사업비만 76억헤알(약 4조원) 규모다. 이 중 70%는 브라질 경제사회개발은행이 금융 지원을 하고 나머지 16%는 낙찰 업체, 14%는 브라질 정부가 각각 부담하게 된다.
브라질 정부는 기존에 고속철도 건설 실적 및 무사고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입찰 조건을 완화했다. 지난해 7월 실시했던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던 탓이다.
이에 따라 국내 현대로템 등도 브라질 고속철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한-브라질 재무장관회의에서 브라질 고속철도 입찰자격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브라질 측이 이를 받아들여 한국 업체들의 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건설사 등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 참여에 나설 방침이다.
브라질 정부는 내년 4~6월 입찰 질의·응답을 거쳐 같은 해 8월14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고 9월19일 입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0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부터 코레일·철도시설공단·철도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과 삼성SDS·LG CNS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을 꾸려 수주전에 나섰다. 그러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더 많이 들 것으로 우려돼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입찰이 유찰되는 등 사업이 표류해 왔다. 그 과정에서 코오롱건설·삼환기업 등 건설사들이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브라질 정부가 다시 2단계로 나눠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입찰 조건도 완화하면서 다시 수주전에 막이 오른 만큼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독일·일본·스페인 등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의 고속열차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은 이번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로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인 만큼 다시 수주전을 준비할 것"이라며 "기존에는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과 별개로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향후 정부와 연계를 강화해 입찰 참여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은 물론 브라질 건설사 등과 함께 국제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브라질 정부가 다시 고속철도사업 입찰 공고를 냄에 따라 그 체계에 맞게 사업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지원 역할을 하고 민간 기업 주도로 사업단을 새로 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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