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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을 사랑했던 이두환 눈을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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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을 사랑했던 이두환 눈을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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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거포 유망주는 다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두환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서울 원자력병원은 21일 “이두환이 오후 5시 30분께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왼 대퇴골두육종으로 원자력병원에 입원한 이두환은 그간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1월만 해도 상태는 호전되는 듯했다. 의료진으로부터 단순 종양으로 치료가 가능하단 소견을 받았다. 실제로 종양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왼 대퇴골두 종양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은 크게 호전됐다. 당시 KIA 구단 측은 “대퇴골두 부위에만 종양이 있을 뿐 전이된 곳은 없다”며 “수술 이후 상태가 매우 좋다. 나이가 젊어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완치까지 5개월 정도를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두환은 항암치료를 멈출 수 없었다. 이후 일곱 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달에는 암세포가 두 개의 폐에 모두 전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외치던 희망은 그렇게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이두환은 2007년 두산에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야구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2007년 한 타석을 서는데 그쳤고 이후 2009년까지 1군 기회를 한 차례도 얻지 못했다.


2010년 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길지 않았다. 잇단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3월 이두환은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타구에 왼 정강이를 맞고 봉와직염 수술을 받았다. 한 달 이상의 병원 생활. 그 뒤엔 까마득한 재활의 터널이 기다렸다.


부상으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 아니었다. 데뷔 첫 해였던 2007년 무릎 통증에 시달리다 이듬해 수술대에 올랐다. 손때 묻은 포수 마스크를 벗은 건 이 때문이었다. 장충고 시절 가진 경기고와의 청룡기고교야구 예선에선 백창수(LG)의 홈 쇄도를 막다 왼 다리가 밀려나며 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두산을 사랑했던 이두환 눈을 감다


계속된 불운 때문일까. 지난해 여름 만난 이두환의 얼굴에서 넉살 좋던 인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매섭게 변해 있었다. 훈련시간을 대폭 늘리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주 선배한테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은데 좀처럼 알려주질 않는다”라며 애교 섞인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두환은 지난해 11월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5순위로 KIA에 부름을 받았다. 당시 KIA 측은 “중장거리타자 육성 차원에서 뽑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5년 만에 팀을 옮긴 이두환은 두산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었다. 이적 소식을 접한 뒤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두산을 떠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낙담해했다. 속상한 마음에 후배들의 전화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희망을 안긴 건 그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부모님이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나 역시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번 이적이 프로에서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KIA에서 나를 필요하다고 생각할 줄 몰랐다. 기사를 통해 예상보다 성장이 느리다는 두산 구단 관계자의 평을 보았는데 자극이 되더라. 나를 보낸 것을 꼭 후회하게 만들겠다.”


굳은 다짐에는 롤 모델도 세워져있었다.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이다. 이두환은 “대구 출신인 이정훈 선배는 현역 시절 자신을 뽑지 않은 삼성과의 경기 때마다 눈에 불을 켰다고 들었다. 두산을 여전히 사랑하나 나 역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성공하는 그날을 꼭 지켜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차세대 거포의 꿈은 안타깝게도 불발됐다. KIA 유니폼마저 마음껏 입을 수 없었다. 그라운드로 꼭 돌아가고 싶다고 했던 24세의 청년 이두환. 저 멀리 하늘에선 바람대로 마음껏 홈런을 날리길 소망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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