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13회 JTBC 밤 9시 50분
결혼은 미친 짓이다. 지금까지 방송됐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훈(성준)과 혜윤(소민)의 결혼은 자꾸만 불거지는 집안의 갈등, 당사자들의 자격지심 탓에 번번이 벽에 부딪히다 결국 이별로 이어졌다. 또한, 오랫동안 사귀어온 기중(김영광)과 동비(한그루)는 결혼을 언급하는 순간 관계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우결수>는 결혼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끊임없이 제시함으로써 만만치 않은 현실을 일깨우는 한편, 인물들의 감정을 시험했다.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는 전개가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졌다면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작품은 결혼이라는 껍데기를 걷어낸 자리에서 사랑의 맨살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때문에 ‘관계’에 집중돼 있던 이야기는 다시 인물 한명 한명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들의 수만큼 사랑의 방식 역시 여러 가지라고 말한다. 혜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정훈과 정훈이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하는 혜윤은 모두 사랑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는 기중의 태도도 실은 동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기중과 정훈 두 사람을 함께 좋아하는 동비의 마음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더불어 <우결수>는 두 딸을 향한 모정, 누군가를 사랑했던 자신 안의 모든 감정을 각각 동력 삼아 살아온 들자(이미숙)와 혜진(정애연)의 마음까지 빛을 드리워 비춘다. 그래서 이 작품의 성취는 ‘어떻게 사랑하느냐’의 문제를 ‘어떻게 살아가는가’로 확장시키고, 어떤 삶도 깊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든 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결수>가 전하려 하는 건 이 한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아등바등 티격태격 살아도,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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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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