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애플의 주가가 5일(현지시간) 최근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하면서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0.77% 하락하는 등 기술주 동반 약세를 이끌었다. 올해 거침없이 치솟으며 사상 최고 시가총액 기록까지 쓴 애플이지만 9월 고점 이후 맥빠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의 분석도 분분하다.
이날 애플은 뉴욕증시 정규거래에서 전일대비 37.05달러(6.43%) 급락한 538.79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시간외거래서도 2.26달러(0.42%) 더 하락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이며 9월21일 기록한 장중 705.07달러 최고점 대비 25%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로써 애플 주가 흐름은 50일 단기이동평균선이 200일 중·장기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중장기적 하락세가 시작되는 기술적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애플의 재무상황이나 제품과 관련해 아무런 발표가 없었기에 시장에서는 여러 외부적 문제가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원인으로 거론됐다. 가장 눈에 띈 악재는 사설 선물거래 청산소인 ‘COR클리어링’이 애플 주식의 선물·옵션거래에 요구되는 증거금율을 종전 30%에서 60%로 인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컨설팅업체 파이퍼재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내년도 판매전망에 대한 시장의 오해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가 애플의 내년 1분기 아이폰5 등의 칩셋 주문량이 20%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는 제품 출시 시기인 올해 4분기를 벗어난 것에 따른 결과로 판매량의 추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IDC가 내년 세계 태블릿시장 판매량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점유율이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에 밀릴 것으로 전망하고, 노키아가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시장공략에 나선 것이 애플의 아이폰 판매 확대에 악재라는 주장도 거론됐다. 올해 안에 애플의 특별배당이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이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콧 레들러 T3라이브닷컴 최고투자책임자는 “애플의 주가 조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면서 “애플의 후광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매도 시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데드크로스’를 꼭 매도 신호로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콜린 몬사랏 비리니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이미 애플 주가는 2000년 이후 다섯 번의 데드크로스를 겪었으며 이후 주가가 반등한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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