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의 실상이 드러났다. 지식경제부가 어제 공개한 공인연비 검증결과를 보면 21개 차종 중 6개 차종의 실연비가 공인연비보다 3% 이상 낮았다. 4% 넘게 낮은 차종도 4개나 된다. '공인연비'라기보다는 '주장 연비' '뻥(거짓) 연비'였다. 오차허용 범위가 5%라서 위법은 아니라지만, 오차가 크다는 것은 측정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부풀려 표시했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연비검증 결과도 처음 공개됐다. 그동안 '기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왔다. 현대ㆍ기아차의 연비과장 표시 사실이 미국에서 드러난 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제도개선 방안과 함께 내놨다. 현행 국내 공인연비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자동차 제작사의 자체 측정 자료를 인정하는데, 당국이 사후 검증을 해도 대상 차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시된 748종의 국내외 차량 가운데 25종만 사후 검증을 받았다.
정부는 공인연비 오차허용 범위를 미국처럼 3%로 강화하고, 이를 넘는 차종은 공개하기로 했다. 사후검증 차량을 10%로 늘리고, 임의사항인 시판 전 검증도 의무사항으로 바꿔 신차 모델의 10~15%에 대해 사전 검증토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개선안대로 사전ㆍ사후 검증을 늘려도 검증 대상은 30% 선에 머문다. 제작사 단독으로 측정해 신고하는 제도의 골격도 그대로다.
제작사에 편향된 제도가 간접 원인을 제공해 미국에서 문제가 불거진 뒤 개선한다면서도 늑장이다. 연말까지 의견을 들은 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일정인데 무슨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나.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뻥인 줄 알면서 구매하란 말인가. 연비를 부풀린 데 대한 과태료 500만원도 차값에 비해 너무 적다. 처벌을 강화해 소비자기만 행위를 막아야 한다. '공인(公認)'이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제작사와 공공기관, 소비자단체가 함께 측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참에 연비 관련 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 바꿔야 한다. 어설프게 봐주는 것이 해당 산업을 보호ㆍ육성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안전ㆍ환경보호 등 관련 기준을 국내에서부터 엄격히 지키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스스로 강한 체질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돕는 일이다. 자동차회사들로선 과장 표시 연비를 스스로 바로잡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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