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을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선거 공약이었던 747(7%성장, 소득 4만달러, 7대 강국)을 잣대로 한다면 초라한 낙제점을 받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금융위기라는 복병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감안한다면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국책연구원을 지원 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어제 '지표변화로 본 대한민국'이란 보고서를 내고 현 정부 5년간의 정책 성과를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섰고 2008년 20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은 3200억달러 규모로 늘었다. 지구촌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지만 재정건전성은 비교적 건실하다. 지표상의 실업률과 물가도 괜찮다. 위기의 선방으로 집약되는 이명박(MB) 경제의 빛이다.
하지만 MB경제가 외투를 벗고 속살을 드러내면 빛은 바래고 그늘은 짙어진다. 경제 성장세는 약해졌고 잠재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다. 길거리에 넘치는 청년 백수는 낮은 실업률의 허상을 증명한다. 물가는 또 어떤가.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MB물가라 불리는 생필품 가격의 앙등은 가계를 위협한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국가채무는 2007년 299조원에서 2010년 392조원을 넘어섰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서민경제다. 소득은 늘지 않고 일자리는 불안하다. 집세 부담은 커지고 식탁물가는 계속 오른다. 올 상반기 가계의 엥겔지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는 13.6%로 2000년 하반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선진국 문턱에서 서민경제는 먹고 사는 게 부담스러운 후진국형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그 결과 중산층은 붕괴되고 양극화는 깊어졌다.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성적표는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을 할 것인가에 좋은 반면교사다. '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캠페인, '747공약' 같은 달콤한 구호는 어떻게 됐는가. 그 많은 선심성 공약은 어디로 갔나.
오늘은 마침 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15년째 되는 날.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경제의 내상은 깊어졌다. 경제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기운을 고루 퍼지게 할 것인가가 다음 정권, 다음 대통령의 무거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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