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가 지난해 초부터 2년에 걸쳐 세 차례 구조조정 조치를 겪고도 경영부실과 불법영업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저축은행이라는 업종 자체의 건전한 생존이 무망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근 3ㆍ4분기 실적을 공개한 저축은행 19개사 가운데 15개사가 분기 적자를 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 계열 서울저축은행이 614억원 적자를 기록해 적자 규모가 가장 컸고, 신라저축은행도 5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두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두 곳을 포함해 자본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이 경영개선 조치 대상인 5% 미만인 곳이 8개사나 된다. 10여개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3개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어 연내 추가로 영업정지 명령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골든브릿지저축은행에서 동일 차주 여신한도 위반, 솔브레인저축은행에서 부실대출이 적발되는 등 불법ㆍ불건전 영업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0년 말 105개사였던 저축은행은 그 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20개사가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그 중 일부가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쳐 살아남아 현재 93개사가 영업 중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들 생존 저축은행 중 내년 이후 추가로 퇴출당할 위험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불신은 개별 저축은행의 영업실적 개선 노력에 커다란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 5월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3차 구조조정 조치를 취하면서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뒤로 반년이 지나도록 상시 구조조정 체제의 효과는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다시 '일괄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일 정도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의 경영건전성이 악화됐다. 그러다 보니 생존에 급급해 '지역밀착형 서민금융 제공'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 감이 있다. 저축은행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려면 금융감독 당국이 보다 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업계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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