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해열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 11가지 가정상비약을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약을 약국이 아닌 곳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으로 약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 한층 좋아진 셈이다. 이제 공휴일이나 밤중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약국을 찾아 전전하거나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던 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곡절이 많았다. 국민 편의를 위해 외국처럼 안전성이 검증된 해열제나 감기약 등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가 나온 건 벌써 10년도 넘었다. 하지만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는 논리로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약사들의 반대와 정치권의 약사 눈치보기로 번번이 법 개정이 무산됐다. 결국 국민 편의를 중시해야 한다는 여론에 약사들의 직역 이기주의가 밀리면서 어렵사리 빛을 본 것이다.
편의성이 좋아진 대신 주의할 일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적정량을 넘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오남용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1회 1일분만 팔고 만 12세 미만은 구입할 수 없도록 한 정부 방침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은 남는다. 달랑 4시간 교육을 받은 편의점주가 약 사용법을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실제 판매를 하게 될 아르바이트생에게 교육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지도 알 수 없다. 안전성 측면에서 보완책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등 취약지역의 불편 해소에도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보건진료소에 상비약을 비치하고 진료소가 없는 곳은 마을 이장 등이 팔 수 있도록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판매처를 슈퍼마켓 등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소량 포장과 24시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이 이유라지만 편의점 판매 가격이 약국보다 비싼 것도 고쳐야 한다.
국민 편의와 건강이라는 두 측면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의 철저한 후속조치와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당분간 약을 파는 편의점을 약국 이상으로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오남용이나 부작용 사례 등을 상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오남용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약의 용법과 용량을 정확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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