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얼마 전 남편과 위장 이혼하고 에콰도르인과 결혼한 한 병원장 부부의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자녀들 때문이었다.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 이혼에 위장 결혼까지 한 것이었다. 자녀교육을 위해 대한민국 국적까지 포기한 부모들도 대거 적발됐다.
한 때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일부 부유층의 원정출산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수법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주인공 맹자 어머니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을 일이다.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들은 소위 '대한민국에서 돈 좀 있다고 방귀 깨나 뀌는 사람들'이다. 돈과 권력, 명예는 주로 함께 다닌다. 우리는 이들을 대한민국 '귀족'이라고 부른다. 가문이나 신분이 좋아 정치적ㆍ사회적 특권을 가진 계층이나 사람을 우리는 귀족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귀할 귀자를 써서 '貴族'이라고 쓴다. 사정당국에 적발된 분들의 편법ㆍ탈법ㆍ위법 수법을 볼 때 '鬼族'이라고 쓰는 게 맞을 지 모르겠다.이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를 흔히들 귀족학교라고 한다.
이런 귀족학교 명단에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가 이름을 올렸다. 하나고는 자립형 사립고다. 외환은행 이사회가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키로 결정하자,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하면 지난달 말 한 일간지 1면에 '김승유 전 회장이 세운 하나高 등록금 약 1200만원. 대한민국 고교 평균 등록금 약 144만원'이라고 비방광고를 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한 포탈사이트 검색창을 광고에 함께 실었다. '귀족고등학교. 연관검색어(?) 하나고등학교 귀족학교'라고 말이다.
노조가 수천만원을 들여 하나고를 귀족학교라고 광고를 내자 퇴임한 김승유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기자회견을 하면 노조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김 전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대입을 앞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는 강한 경고였다. 물러난 김 전 회장을 논란의 무대로 다시 끌어냈다는 점에서 외환은행 노조의 비방 광고전략은 일단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하나금융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당장 하나고 학생들을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나고에 재학중인 학생중 앞서 언급한 일부 몰지각한 귀족들과 같이 불법으로 입학한 귀족 아이들이 있는 지 기자는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자질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입학한 학생들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의 명분싸움에 아이들을 이용한 것이 과연 옳은지, 외환은행 노조에 묻고 싶다.
외환은행 직원중 분명 사립학교나 국제학교, 외국어학교, 예술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무모가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외환은행 직원은 귀족인가. 그 직원이 귀족이면 외환은행은 귀족은행이다. 귀족을 노합원으로 두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 역시 귀족노조다.
"귀족소리 들어도 좋으니 우리 아이가 자립형 사립학교에 다닐 만큼 공부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한 은행원들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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