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체공휴일제 도입, 한글날 공휴일 지정 등 휴일을 확대하자는 요구가 거세다. 국민의 휴식권 확보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공휴일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반영해 국회에서도 대체공휴일제 도입 등 공휴일 확대를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으며, 정부도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는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민의 휴식권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공휴일을 확대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이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휴일 확대는 휴식권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일은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임금만 더 많이 받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휴일근로수당 증가로 인해 기업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주 40시간제가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이는 영세ㆍ중소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휴일을 확대하면 일부 계층은 지금보다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대기업ㆍ정규직 근로자 등 지금도 좋은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에게 집중될 뿐, 일용직ㆍ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다. 휴일이 늘어도 소득이 줄지 않는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시급제나 일당제를 적용받는 취약 근로자는 근로일 수가 줄어들면 소득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휴일 확대로 영업일 수가 줄어드는 식당ㆍ택시 등 자영업자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휴일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근로자의 날을 포함한 우리나라 법정 공휴일은 15일로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ㆍ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 11일보다 많다. 중복되는 공휴일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다. 여기에 연차휴가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휴일ㆍ휴가일 수는 134~144일로 선진 6개국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수준을 고려하면 공휴일 확대는 적절치 않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경일은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자는 것이지 반드시 쉬자는 날이 아니다. 공휴일로 지정해서 쉬기보다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글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휴일 확대만이 근로자의 휴식을 늘리고 관광산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40%대에 불과한 연차휴가 사용률을 제고하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휴식권 보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한글날 공휴일 지정 문제도 관련 당사자 간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휴일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공휴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 재정위기 지속과 선진국 경기부진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전망되는 우리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이 과연 공휴일 확대가 필요한 시점인지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많이 쉬고, 많이 받는 직장'은 근로자가 바라는 이상향일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표심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휴식권 보장을 명분으로 한 휴일 확대가 사회적 약자와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손실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나무 한 그루를 위해 국가 경제라는 숲을 황폐화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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