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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침 8시,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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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침 8시, 도대체 무슨 일이? <가정부 미타>의 작가 유카와 카즈히코를 기용한 <준과 사랑>의 첫 회는 가을 시즌 드라마 중 2위인 19.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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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승자다. 시청률 저하로 마냥 울상인 최근 일본 TV에서 유일하게 화색인 곳이 있다. 골든타임의 드라마도 심야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아니다. 주인공은 주부들의 아침 휴식 프로그램인 NHK의 아침 드라마다. 한 때는 ‘때우기 용 시간대’라 불리기도 했던 아침 8시에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NHK의 아침 드라마는 2010년 마츠시타 나오, 무카이 오사무 주연의 <게게게의 여보>로 일명 ‘게게게’ 신드롬을 만들어냈고, 이후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순정 반짝>, 히가 마나미의 <돈돈 하레>가 꾸준히 19%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종영한 호리키타 마키, 마츠자카 토리 주연의 <우메짱 선생>은 주간 평균 시청률 20.7%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는 주간 평균 시청률 21.3%를 기록했던 2003년 <코코로> 이후 9년 만의 20% 돌파다. 도대체 NHK의 아침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쉬어가는 시간에서 새 희망이 동트는 시간으로


일본의 아침 8시, 도대체 무슨 일이? <게게게의 여보>(왼쪽)는 일명 ‘게게게’ 신드롬을 만들어냈고 패션 디자이너 코시노 아야코의 일생을 소재로 한 <카네이션>은 아침 드라마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의 반응도 좋다. 2011년 유일하게 시청률 40%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가정부 미타>의 각본가 유카와 카즈히코를 기용해 야심차게 준비한 <준과 사랑>은 첫 회 시청률 19.8%를 기록했다. 할아버지의 호텔을 이상으로 꿈꾸며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로, 19.8이란 수치는 가을 시즌 드라마 중 <파트너 시즌 11>에 이은 2위의 기록이다. 10월 넷째 주 현재 24회까지 방송된 <준과 사랑>은 주간 평균 시청률 19%를 유지하고 있다. 비단 시청률만이 화제는 아니다. 최근의 NHK 아침 드라마는 작품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게게게의 여보>는 한 만화가의 일상을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일상의 소중함을 그린 수작이었고,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코시노 아야코의 일생을 소재로 한 <카네이션>은 아침 드라마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일본의 서적 잡지 <다빈치>는 <카네이션>을 두고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를 훌륭하게 소화한 아침 드라마 역사상 걸작”이라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아침 드라마는 일견 쉬어가는 시간이라 생각하기 쉽다. 어른들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등교한 이른 오전의 나른한 여유 속에서 TV의 자리는 그리 크지 않다. 주부들의 수다를 위한 적당한 소재나, 가사 후 휴식의 동반자가 돼 줄 이야기면 충분하다. 심지어 최근 <소중한 것은 모두 아침 드라마가 가르쳐주었다>란 책을 펴낸 칼럼니스트 타코 와가코는 “대개 빤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를 보면서 이제 아침 드라마는 끝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썼다. 하지만 NHK는 달랐다. NHK는 <게게게의 여보> 때부터 아침 드라마의 시간대를 8시 15분에서 8시로 앞당겼고,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 8시는 후지TV, 일본TV 등 대부분의 방송국이 정보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시간으로, NHK의 아침 드라마는 타 방송국 정보 교양 프로그램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귀로 들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침 드라마 원칙상 이야기는 대개 평이하지만 빤한 전개, 설명조의 대사가 줄었다. 이에 대해 타코 와가코는 “<카네이션>은 다소 불쾌한 모습도 서슴없이 그린다. 옳지 않은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새로운 얼굴들도 주목된다. <준과 사랑>의 유카와 카즈히코 외에 NHK는 재기 발랄함으로 인기가 높은 각본가 쿠도 칸쿠로도 영입했다. 무카이 오사무, 마츠자카 토리, 아야노 고 등 NHK의 아침 드라마가 배출해낸 스타도 적지 않다. 일본 드라마의 새 희망이 어쩌면 매일 아침 8시의 NHK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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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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