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라면가격 담합과 불공정거래에 생쥐머리 새우깡을 비롯한 각종 이물질 사고, 그리고 발암물질 라면스프까지. 지난 1989년 삼양식품의 소위 '우지파동'으로 수혜를 입어 라면시장 만년 2위에서 1위에 오른 후 승승장구 해왔던 농심이 역으로 이명박 정부들어 계속되는 사건사고 때문에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발암물질 검출 사고의 경우 23년전 농심과 삼양식품의 입장이 뒤바뀐 형국인데다 '제2의 우지파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라면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와 농심의 악연은 5년전 2008년 MB정부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2월 농심은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6% 인상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았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첫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라면 가격 100원이 서민에게는 크다"고 발언하면서 농심을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또한 이 시기 노래방 새우깡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안전을 최우선인 식품업체에서 식품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로 인해 농심은 3월경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생산한 새우깡을 모두 회수했다. 그러나 그해 6월 식품사고는 계속해 터졌다. 짜파게티에서 나방이 발견됐고, 둥지냉면과 육개장 사발면에서는 애벌레가 나왔다.
특히 농심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농심은 신라면블랙을 출시하면서 편법 가격인상 논란 속에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고, 결국 표시광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후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1450원으로 가격을 내렸으나 원가구조가 맞지 않아 국내 판매를 잠정 중단하게 됐다.
올해 초 라면 4개사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의 80%에 달하는 1000억원의 과징금을 맞은데 이어 악몽의 트라우마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하얀국물 라면의 퇴조와 가수 '싸이 효과'로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출 사고가 터지며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농심의 해명 아닌 해명으로 뿔난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농심의 미흡한 대처가 사건을 더욱 키우는 등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이 다른 업체들에게 수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의 민심이 돌아선 만큼 농심이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농심의 일부 라면제품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과 관련, 리콜 조치 요구가 해외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입법회 의원인 제임스 토 쿤-선 의원은 25일 정부에 가능한한 빨리 해당 제품 리콜을 시작할 것과 사람들에게 경고할 것을 요구했다.
토 의원은 "한국이 리콜 명령을 내렸다면 홍콩도 이를 따라야 한다"면서 "원래 생산된 국가에서 리콜하기로 했다면 이들 라면의 안전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현재 문제가 된 제품 중 농심 '얼큰한 너구리'와 '순한 너구리', '새우탕 큰사발면' 등 5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에앞서 대만정부는 전날 해당 라면에 대한 회수 명령을 내렸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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