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원화강세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아우성인건 알아요. 정말 어려운 기업도 약간의 엄살도 섞여있겠지만, 시장이 안정돼 있으니 지금은…."
요사이 뚝뚝 떨어지는 원·달러 환율을 보며 기획재정부 당국자가 건넨 말이다. 원화값이 계속 오르고는 있는데 눈에 띄는 쏠림이 없어 지금은 개입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원화강세는 추세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게 시장과 정부의 공통된 의견이다. 요사이 원화 값은 경상수지 흑자와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들어온 자금이 이룬 시장 가격이라고 본다.
지난주 닷새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운 원·달러 환율은 25일 개장과 함께 또다시 하락했다. 오전 9시9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1103.60원)보다 55전 떨어진 1103.05원까지 내려갔다. 연고점인 1185.5원(5월25일)과 비교해 원화 가치는 7% 가까이 올랐다. 시장은 환율이 1100선 아래로 떨어지는 게 시간문제라고 본다.
수출기업은 아우성이다. 최근 한 달 새 현대·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5.4%, 8.7% 떨어졌다.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들은 이런 상황을 짚으며 잇따라 외환당국의 개입을 종용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원ㆍ달러 환율 1100원 붕괴의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액션'에 나설 단계가 아니라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재정부 당국자는 "환율이 연초에 비해 많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시장 불안 요인이 포착되질 않는다"면서 "지금은 자본유출입을 규제하는 3종세트 강화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주요국의 정권교체와 연말 수요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시장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환시 교란 요인이 나타난다면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령을 고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의 경우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정부터 손보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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