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날씨 좋은 가을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신혼부부들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그러나 마냥 흐뭇하지만은 못한 것은 주변의 싱글들 때문이다. 잘 아는 독신여성도 늘 하소연이다. 본인은 여러 이유가 있어 결혼을 미루고 있을 뿐인데 요즘 같은 결혼시즌이 되면 주변에서 눈치를 줘서 못살겠다는 거다. 심지어 한마디씩 한단다. "너는 주변에서 소개받을 사람도 없니?" 마치 소개해줄 친구 하나 없는 사회부적응자가 된 느낌이라니 말 다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다. 결혼상대자처럼 중요한 사람을 친한 친구에게 소개 받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취직, 결혼 등 중요한 변화에는 친한 친구보다는 먼 지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른바 '약한 연결(weak tie)' 이론이다. 친한 친구들일수록 동질성이 크기 때문에 내가 구직 중이면 내 친구도 구직 중일 것이고,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 친구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공통적인 사회 배경, 관심사가 나와 친구 간의 공통 연결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어디 좋은 사람 없어?"라고 물어봤자 친구도 본인의 좋은 사람 찾기에 바쁜 나머지 나한테 누구를 소개해 줄 여력이 없는 거다. "좋은 직장 없어?"라고 물어봤자 친구가 아는 범위가 내가 아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벤치마킹을 한다는 기업을 보면 대부분 동종업계, 비슷한 유형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적용점을 더 쉽게, 더 빨리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렇게만 벤치마킹을 할 경우 나중에 얻을 수 있는 효익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첫째 동종업계나 연관성이 높은 기업의 경우는 굳이 벤치마킹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많다. 둘째, 그렇게 해서 요행히 새로운 정보를 얻어 적용해본들 그 기업만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간 기업보다 후발주자가 더 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치마킹을 할 때는 이업종도 같이 봐야 한다.
패스트패션 선두주자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의류업계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도요타의 납기단축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멋진 디자인이나 천연 소재의 옷감이 의류업계의 정설일 때 자동차업종의 빠른 납기와 기술 혁신을 배우고자 했던 그의 식견이 유니클로 전설을 만든 것이다. 2주마다 바뀌는 상품라인, 첨단소재의 제품은 의류업보다는 자동차업계에서 더 익숙하지 않은가.
현대카드가 매년 임직원을 동원해 인사이트 트립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절대 금융회사를 벤치마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신문사, 고급호텔을 방문하고, 살림의 제왕 마샤 스튜어트를 만난다. 고급호텔을 통해 서비스정신을 배우고, 신문사를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찾는다. 살림의 제왕을 만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카드사를 만들었고, 적자를 면치 못하던 후발주자가 몇 년 만에 업계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네트워킹에도 동일한 법칙이 성립한다. 가능하면 나와 먼 사람, 나하고 관련성이 적은 곳과 인맥을 쌓고 관계를 맺어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매양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수백년 전 다양함 속에서 찬란한 문화가 창궐했던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을 비롯한 그 시대의 사람들은 '약한 연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창조와 새로움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우리도 되돌아보자. 나의 네크워크는 얼마나 넓고 다양한 곳까지 펼쳐져 있는가.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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