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단말기 부족-매출 부진 이어져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알뜰폰(MVNO) 가입자 100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관련 업체들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으로 인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렵고 최신 단말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매출도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단말기-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알뜰폰의 삼중고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1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0만 명은 겉으로 들어난 수치일 뿐 알뜰폰 업체들은 여러 문제로 속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저렴한 요금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KT 제휴사 51만5000여명, SK텔레콤 제휴사 28만4000여명, LG유플러스 제휴사 21만3000여명 등 총 101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알뜰폰이 전체 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알뜰폰 업계는 높은 금액의 보조금을 쓰는 이동통신사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이동통신사를 통해 갤럭시S3를 17만원에 구입할 수 있을 때 알뜰폰 업체를 통한 동일 단말기의 가격은 할부원금 기준 80만원에 달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통신 시장의 가격에 가장 큰 변수는 단말기 보조금"이라며 "가입자 100만 명 돌파도 방통위가 이통사 보조금 규제에 나서면서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조금 문제는 단말기 수급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통해 판매량을 늘려주는 기존 이통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알뜰폰 사업자들은 수요 예측이 어려워 단말기를 직접 구입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안으로 떠올랐던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용 단말기도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2종에 불과하다.
고가의 단말기가 저렴한 가격에 풀리는 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금을 더욱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방통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 24개사의 올해 1~7월 매출총액은 1135억원에 그쳤다. 특히 스페이스네트의 경우 가장 많은 18만3000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7개월 동안의 매출이 75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100만 가입자의 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며 "대형마트의 알뜰폰 출시가 시장 확산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조금, 단말기 수급,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계속 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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