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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앞도 못 내다보는 정부의 '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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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앞도 못 내다보는 정부의 '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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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며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했다. 벼 재배면적을 줄여 남아도는 쌀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정부가 돌연 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쌀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쌀 수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이여야 할 정부의 '쌀 정책'이 불과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브리핑을 갖고 "최근 정부쌀 재고가 감소하고 국제 곡물가격도 급등하는 등 대내외 여건상 쌀 수급조정 여력을 확충시킬 필요가 높아졌다"며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을 폐지하는 등 쌀의 안정생산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은 논에 벼 이외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초부터 추진했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후에 시장격리하는 것보다 사전에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논을 활용해 조사료나 콩 등 다른작목을 재배할 경우 국내 자급률 향상은 물론 수입대체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만 이 사업에 1200억원이 투입되는 등 총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됐다.


그러나 사업이 추진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이 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407만4000t이다. 이는 쌀 생산량이 급감했던 전년보다도 3.5% 감소한 수치로, 32년만의 최저치다.


정부의 양곡 창고도 수급이 여의치 않다. 현재 ▲2011년산 8만8000t ▲2009년산 11만8000t ▲2008년산 18만7000t ▲수입쌀 44만9000t 등 모두 84만2000t이 저장돼 있다. 이 중 밥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은 우리 국민의 한달 반 정도의 소비량인 45만t(2011년산+2009년산+수입쌀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질이 떨어져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다.


농식품부 민연태 식량정책관은 "현재 (쌀)수급 상황으로 봐서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은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쌀 수급정책에 장기적인 관점이 없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오락가락하는 정부 탓에 농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수급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정책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불과 1~2년 후를 내다보지 못하고 섣부른 쌀 생산조정을 시도해 시장에 큰 혼선을 불러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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