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5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기록물들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여야의 공방이 뜨거웠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처럼 새마을운동 역시 역사적으로 기려야할 문화유산이라며 문화재청 측에 신청 추진을 소신껏 원만히 진행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새마을운동의 가치는 인정하더라도 현재 국내 문화재로 등재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다 논란이 많은 새마을운동을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방위 배재정 의원(민주통합당)은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지난해 '1970년부터 1979년까지 벌어진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기록물들'에 대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요청을 했고, 이에 문화재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이 지난 3월 30일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현재 국내 문화재로 돼 있는 기록물을 재치고 어떻게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이 된 것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5·18민주화 운동 기록물은 민간에서 주도해 신청이 된 것이데 어떻게 현재 진행형이면서 논란이 많은 기록물이 관 주도로 된건지, 위법성과 유네스코 기준에 부합한 건지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등재 신청이며, 박정희 독재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유신독재에 정당성을 부여해 특정 후보를 이롭게 하려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 의원은 "새마을운동은 군사독재로 억압받던 민중들의 고통을 개발논리로 짓밟고,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시켜준 유신체제의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 도구"라며 "새마을운동은 박정희정권의 독재정치와 분리하여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방위 박대출 의원(새누리당)은 "새마을운동중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129개국 5만여명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갔다"면서 "이 운동을 가지고 이데올로기의 도구라는 폄하 의견이 있는데, 중앙회 조사결과 국민의 95.8%가 새마을운동을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던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2월 18일 18대 국회는 4월 22일을 '새마을운동의 날'로 지정한바 있다. 빈곤대책 모범사례로 수출상품이 된 새마을운동을 기리자는 것으로 기념일이 통과됐다. 1970년 4월 22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농촌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새마을운동이 첫 시작된 날이다.
같은 당 이우현 의원은 "5·18민주화운동도 등재됐는데 국가경제를 위해 새마을운동도 잘된 것 아닌가"라며 "김 청장은 소신있게 잘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반박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새마을운동을 모두 폄하하고자 한 건 아니지만 군사문화 중 하나로 밀어붙이기식이라는 의견이 있다"면서 "기록보존성이 충분히 먼저 검토돼야하고, 새마을운동본부 중앙회와 같은 민간에서 추진돼야하는 게 맞는데 이는 문화재청이 먼저 나서서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맞섰다.
한편 김 찬 문화재청장은 여야의 날선 공방에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한 채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5·18기록물은 관련단체에서 애를 써줘서 등재돼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새마을운동 기록물 관련해서는 위법, 불법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이 소신있게 추진하라는 당부에 대해 김 청장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국민공모 접수를 통해 문화재위원회까지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고, 유네스코 전문가 협의가 있을테니 함께 논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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