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부가 만 0~2세 영아 전면 무상보육을 폐기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보육지원체계를 개편해 내년부터는 0~2세 영아 보육료 지원을 모든 계층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70% 중에서도 전업주부는 보육시설을 하루 6시간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면 지원에서 소득 하위 70%와 맞벌이 가구 중심의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전면 무상보육의 폐기는 불필요한 수요 증가와 그에 따라 늘어나는 재정부담 등의 부작용 때문이다. 가정양육은 지원을 못 받고 시설에 보내면 전액 지원받게 되자 전업주부까지 아이를 시설에 보내는 등 수요가 급증했다. 지원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예산이 고갈됐다며 시행 중단을 잇따라 선언했다. 맞벌이 등 실수요자들은 되레 시설 이용이 더 어려워졌다. 개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충분한 재정소요나 수요 예측 없이 지난해 말 졸속으로 0~2세를 무상보육 대상에 끼워넣은 정치권에 1차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은 더 크다. 애당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뒤늦게 딴소리 하지 말고 지난해 예산안 심의 때 적극 대처했어야 했다. 개편안도 그렇다. 여ㆍ야 모두 반발하고 있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툭 던져놓고 책임은 정치권에 미루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제는 1년도 안 돼 정책이 바뀌는 데 따른 혼란이다. 당장 혜택이 줄어든 소득상위 30% 계층의 불만도 그렇고 맞벌이와 전업주부 간의 형평성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일관성이 무너진 데 따른 국민의 정책 불신도 걱정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몇 달도 안 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고치겠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모든 계층의 5세 이하 아이들의 보육료를 책임지겠다고 한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
아이의 보육과 양육은 단순히 아이만을 대상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저출산 해소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 종합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정책을 땜질 식으로 몇 달 만에 바꾸는 식은 옳지 않다. 정치권과 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재정수요를 최소화하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차제에 보육 및 양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장기적인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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