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QE3)를 발표한 이후,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의 기고가이자 그로브칼리지의 교수인 마크 핸드릭슨은 20일(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QE3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국 내에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FRB가 QE3의 정책목표로 고용문제 해결을 제시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고용시장이 개선세를 보일 때까지 ‘사실상 무기한’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증권(MBS)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핸드릭슨은 ‘실업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의 문제이지 퉁화정책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업률은 노동시장에서 임금에 따라 결정될 문제에지 중앙은행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데에는 경제학의 오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흔히 필립스 곡선으로 불리는 이론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실업률과 물가 사이에 안정적인 함수관계가 있어 물가가 높을 경우 실업률은 낮아지며, 물가가 높을 경우 실업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A.W.필립스의 주장은 1970년대 스테그네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필립스 곡선의 주장이 무너졌다고 지적거했다.
핸드릭슨은 QE3로 일반적인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여 수출업자들의 경우 미국 상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얻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지만,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손해를 안게 된다고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FRB는 최소한 2015년까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같은 저금리 정책은 미국의 부채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미 미 의회와 정부기 1년에 1조달러씩의 정부 부채로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FRB의 정책은 결국 심각한 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같은 무분별한 정부 부채는 머지않은 시점에서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QE3가 헨드릭슨이 지적한 것과 유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재앙에 가까운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헨드릭슨은 디플레이션을 지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불러들일 경우 적정한 투자가 아닌 잘못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경우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의지하여 기업 경영에 나서면서 경제 전체가 왜곡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화재의 예를 들어 FRB의 정책을 비판했다. 과거 옐로우스톤 공원은 화재가 났을 때 바로 바로 불을 끄곤 했는데 이러한 정책 때문에 옐로우스톤은 1988년 대형화재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화재가 나면 죽은 나무들이 타고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는 과정 속에서 옐로우스톤 공원은 보다 화재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고,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인공적으로 불을 끄다보니 취약한 생태계가 돼서 대형화재에 속수 무책이 되었다는 것이다. FRB 역시도 QE3 등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미국인 모두의 패자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헨드릭스는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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