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동부팜한농이 미국 농화학기업인 몬산토의 한국법인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하며 15년 만에 국내 종자주권을 되찾아왔다.
우종일 동부팜한농 대표이사 부회장은 13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본사에서 몬산토코리아 종자사업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몬산토코리아가 보유한 종자 품종 자산을 비롯한 시설·영업 자산·인력 등이다. 몬산토의 해외 자산 일부도 함께 인수한다.
우 부회장은 "이번 몬산토코리아 인수는 단순한 기업 인수 차원을 넘어 다국적기업에 매각됐던 토종 종자회사를 국내 기업이 다시 인수함으로써 종자주권을 되찾아 왔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그동안 외국 기업에게 로얄티를 내고 사먹어야 했던 삼복꿀수박·불암배추·관동무 같은 한국 대표 품종들이 15년 만에 우리 손으로 되돌아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자주권을 되찾아 온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나라 종자산업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몬산토코리아는 1998년 외환위기 때 다국적기업 세미니스가 당시 국내 종자분야 1위였던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를 인수해 설립한 세미니스코리아를 몬산토가 다시 넘어가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당시 흥농과 중앙 외에도 서울종묘는 노바티스(현 신젠타)에, 청원종묘는 일본 사카다에 각각 인수·합병(M&A)되면서 국내 4대 종자기업들이 모두 다국적기업에 넘어갔다.
그 결과 국내 토종 유전자원과 육종기술이 유출되고 사용료(로열티) 지급 부담이 급증했다. 로열티 부담은 농가뿐만 아니라 농산물과 식품을 소비하는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무·배추·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절반이 다국적 기업에 넘어가고 양파·당근·토마토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무려 80% 이상을 장악해 종자주권 상실과 식량안보 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동부팜한농의 몬산토코리아 인수로 인해 국내 종자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하게 돼 한국 종자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동부팜한농은 앞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고 기능성 식품 및 의약품 원료로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종자와 바이오작물 종자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또한 해외 현지 적합 품종을 개발하고 작물보호제·비료·상토 등 다른 농자재들과의 결합(패키지) 상품을 확대해 세계 종자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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