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부가 어제 2차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8조5000억원 규모의 1차 경기부양책에 이어 석 달 만이다. 이번 대책은 감세가 특징이다. 취득세ㆍ양도세 등 부동산거래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자동차ㆍ대형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낮춘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올해 4조6000억원, 내년 1조3000억원 등 총 5조9000억원의 재정지원 효과를 낸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추경예산 편성 대신 감세를 통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추경 규모는 불어날 것이고 국가경제의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정부 의도대로 내수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법을 바꿔야 시행할 수 있다. 절차가 늦어지면 부동산 거래를 되레 위축시킬 수 있다. 이 달에 법이 통과돼도 연말까지 3개월 시한으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개별소비세율을 낮춰 값을 떨어뜨리는 대상도 몇 년에 한 번 구입하는 자동차와 대형 가전이라서 전반적인 내수 진작과는 거리가 있다. 특정 업종ㆍ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이란 점도 문제다. 정부는 2009년에도 자동차 소비세를 내린 바 있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 축소는 내년 초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최종 납부세액은 달라지는 게 없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꼼수다. 월급에서 1만~5만원 덜 떼어간다고 바로 소비를 늘릴 봉급생활자가 몇이나 될까. 형편이 좋은 수출 대기업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개별소비세나 무늬만 인하하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손대기보다는 서민ㆍ중산층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유류세 인하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정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소비심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자심리다. 52조원에 이르는 상장기업의 보유 현금을 끌어내는 투자촉진책이 필요하다. 의료보건ㆍ지식정보ㆍ관광ㆍ교육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기업들은 위기 때 기회를 잡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줄 때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공약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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