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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株의 진화, 전쟁에서 정치테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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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콘돔(condom)'이란 단어는 인터넷 포털 검색에서도 성인 인증을 거쳐야 나올 정도다. 그런데 금기시되는 이 단어가 버젓이 여당 대통령 후보, 그것도 미혼인 사람과 연계돼 포털 게시판을 장식했다. 당사자는 물론 반대편 사람들까지 민망하게 만든 황당한 일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이 황당한 연결고리는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이 다 이뤄지는' 증시 루머의 세계에서 시작됐다. 이미 콘돔은 10여년 전부터 황당 테마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콘돔이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에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는 증시에 데뷔한 것은 2001년이었다. 9·11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전쟁 관련주들이 급등할 때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가 동반 급등하면서 전쟁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다. 수혜 논리는 이랬다.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전쟁터에 나가면 콘돔을 많이 사용할 것이므로 수혜주가 된다는 것이었다.

콘돔의 아프간 전쟁 수혜 논리에 아프간은 아랍국가라 콘돔을 사용할 곳(?)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자 이번엔 더 황당한 이유가 출현했다. 중동은 모래바람이 불어 총구에 모래가 들어가므로 콘돔을 총구를 막는 데 사용할 것이란 개그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 회자됐다.


이후 테마주 시장에서 잠잠해졌던 콘돔이 다시 부상한 것은 2009년. 당시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가 국회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이 테마로 엮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박 후보는 저출산 문제도 지적해 유아 관련업체인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등이 초기 박근혜 테마주로 떴는데 콘돔업체까지 함께 뜨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콘돔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니더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등 북한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유독 강세를 보였다. 전쟁 위협이 가중될수록 콘돔 수요가 늘 것이란 믿거나 말거나 식의 테마였다. 유럽위기가 한창일 때도 같은 이유로 유니더스는 초강세를 보였다. 불황에도 역시 콘돔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과 함께 투자금이 몰린 결과였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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