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24일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 관계는 놀라울 정도로 변모했다. 수교 당시 13만명이었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해 660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64억달러였던 교역 규모도 2206억달러로 증가했다. 중국은 2004년 이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에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 번째 교역국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한편 한국은 중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다.
비약적 성장을 한 경제ㆍ문화 교류와는 달리 정치ㆍ안보 분야는 답보 상태다. 양국은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지만 실질적 협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문제와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 이어도 관할권 주장, 동북공정 같은 역사왜곡 등 갈등 요인이 쌓여 있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년의 한ㆍ중관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경제협력도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이 기술ㆍ자본을 대고 중국이 저임 노동력을 기반으로 생산해온 수직 관계가 중국 내 임금상승으로 한계를 맞았다. 전자ㆍ기계설비ㆍ철강 등의 수출에서 양국이 경쟁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군사ㆍ우주 기술 분야는 중국이 앞서 있다. 양국이 상호보완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평적 공생 관계를 모색할 때다. 이런 면에서 양국이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은 의미가 크다. 한국으로선 여러 분야의 서비스산업과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중국산 수입이 늘어 농축수산업이 타격을 볼 수 있다. 한ㆍ중 FTA의 순기능과 역효과를 감안한 신중한 협상이 요구된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동아시아 지역이 영토분쟁과 민족주의 분위기 속에서 자칫 성장동력을 잃을까 염려된다. 한ㆍ중ㆍ일이 대승적 견지에서 갈등을 조정해 지역경제가 원활히 순환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ㆍ중 양국은 지난 20년 변화를 거울삼아 보다 나은 20년을 준비할 때다.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정립에 북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이 협조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이끌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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