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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대보도' 정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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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서도 침묵한 당국..對北정보력 공개 논란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대북사업을 총괄하는 통일부 류우익 장관은 지난 18일 북한의 중대보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는 25일 국회에 나와 "전날(17일) 늦게 중대보도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자.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께 관영매체를 통해 "12시에 중대보도가 있음을 알린다"고 짤막히 밝혔다. 북측의 갑작스러운 '예고'에 당국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돌았다. 앞서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을 특별방송을 통해 알린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어떤 중요한 뉴스를 발표할지 모두가 궁금해 했다.

사전 예고방송과 실제 방송을 하기까지 1시간여 동안 각종 설(說)이 난무했다. 통일부를 비롯해 당국은 침묵했다. 외교ㆍ안보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김정은에게 원수 칭호 부여'부터 '리영호 숙청 후 군부 권력재편에 관한 내용', '김정은의 부인 공개', '남북대화 제의' 등 각종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일도 있었다.


증시는 널뛰었다. 호재인지 악재인지 전혀 가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는 한쪽에 '도박'을 거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제는 북한 보도가 만성화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에 불안을 안겨준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북한이 김정은에게 원수칭호를 부여한다는 예상보다 충격이 크지 않은 보도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대북정보력이 무능해졌다는 비판을 피해갈 순 없었다. 여기에 정부가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보력이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강경책을 유지하면서 정보수집에 큰 역할을 하던 휴민트(인적네트워크를 통한 정보활동)는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영호가 숙청됐을 때나 지난해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에나 당국은 알게 됐다. 김정은이 이달 초부터 공식석상에 부인을 동행했지만 결혼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국은 북한과 관련한 정보사항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한다. 대북정보력이 노출될 경우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를 보면 애써 수집해 내놓은 정보사항이 틀리는 건 우려해 감추는듯한 인상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은 궁금해 한다.


올해 초 외교통상부를 발칵 뒤집어 놨던 CNK 주가조작사건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는 자신이 발표한 보도자료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정무분야에 빠삭할지라도 넓은 시야로 다른 곳까지 함께 아우르진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류 장관처럼 미리 알고서도 침묵한 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언제까지 북한의 소식을 북한 매체나 외신을 통해서만 접해야 하는가.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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