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스위스리·가이카펜터 등 세계적 재보험전문회사들이 1년 전 태국을 덮친 대홍수 ‘악몽’이 재연될 지 모른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지역에 우기가 도래하면서 올해 더 큰 홍수 피해가 올 지도 모른다는 전망 때문이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재보험업계 1위인 스위스리는 태국 홍수사태 이후 중국·인도·동남아시아 각국의 홍수 위험 노출도를 재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장 위험한 지역은 전세계 산업생산 중심인 중국이었다. 말레이시아가 5위, 인도네시아가 7위, 태국은 9위, 인도는 10위였다.
세계 2위 재보험사 뮈니히리와 가이카펜터도 최근 자체 홍수피해 위험모델을 재평가했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 산업단지들을 중점 검토했다. 토비아스 파르니 뮈니히리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가치사슬 모형(기업전략에서 부가가치생성과정을 분석해 자사경쟁력 향상 방안을 모색하는 모형)에서 새로운 위험인식이 필요하다”면서 “현존하는 위험을 정의하고 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 방화벽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홍수로 1000여개의 공장이 물에 잠기면서 전세계 산업공급망이 붕괴됐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피해가 컸다. 이에 따른 전세계 재보험업계의 손실액은 2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일부 기업들은 홍수 피해에 대비해 배수시설과 방벽을 쌓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다시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동남아 산업지역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빠른 성장세로 산업단지도 점차 밀집·확장되는 추세지만 재해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장들이 밀집한 중국 동남부 해안지역이 홍수에 가장 위험하다는 진단까지 나와 보험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자연재해 대책이 너무 미진해 만약 물난리가 날 경우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태국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재보험업계의 판단이다. 옌스 멜호른 스위스리 수해담당책임자는 “만약 중국에 홍수가 닥칠 경우 재보험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지역도 잠재적 위험 지역이다. 이미 이곳은 2005년과 2007년에 홍수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 자카르타 주변에도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싱가포르 지구관측소의 애덤 스위처 연구원은 “지역내 산업단지와 항구 등을 직접 가 보면 이 엄청난 기반시설들을 비상시에 어떻게 지킬 것인지 의문이 절로 든다”면서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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