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잘못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승부조작의 불명예는 벗었지만 1년이란 시간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쉽게 떨치지 못했다.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며 당분간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부산 아이파크 출신 수비수 홍성요(33)와 이정호(31), 김응진(25)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K리그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까지 진행된 힘겨운 재판과정 끝에 얻은 결과였다. 오명을 완전히 벗은 건 아니다.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혐의는 인정돼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억울함은 풀렸지만 세상에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영구제명 징계로 그라운드를 떠난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속죄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봤다. 연맹이 주관하는 사회봉사 활동에도 성실히 임했다. 부산 구단에서는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정호는 “구단 측에서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흔들리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판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셨다. 큰 힘을 얻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정호와 김응진은 현역복귀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걸림돌로 남아있는 연맹의 징계 철회가 필요하지만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는 부담스러운 눈치다. 맏형인 홍성요는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 탓에 선수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한다.
칼자루를 쥔 연맹 또한 고심이 깊은 건 마찬가지다. 당초 검찰의 구형을 근거로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지만 무죄판결과 함께 근거 자체가 무효화됐다. 연맹 관계자는 “현재 이들에 대한 징계를 재고해 달라는 뜻을 상벌위원회에 전달해 놓은 상황이지만 어떤 결론이 날지는 쉽게 예단하기 함들다”며 “연맹과 구단, 당사자 모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이어 “1년 동안 지켜봤지만 3명 모두 성실하게 주어진 역할을 소화했다”며 “특히 홍성요와 이정호는 막내인 김응진 만이라도 꼭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라고 귀띔했다.
현재로서 이들에게 내려진 보호관찰 3년 처분이 영구제명의 굴레를 벗을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다. 3년간의 활동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역 복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은 선수생활 기간을 감안한다면 3년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절차와 여론을 배제한 성급한 조치는 막아야겠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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