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2008년 7월11일 새벽에 관광 중이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자 정부는 다음 날 관광 중단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꼬박 4년째 금강산을 찾는 발길은 끊겼다. 남북 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이 오랫동안 중단되고 있는 것은 남북 모두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광 중단으로 인한 후유증은 크다.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물론 현지에 돈을 투자해 횟집, 비치 호텔 등을 운영하던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생계비 마련도 어려운 처지에 몰린 사업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던 강원 고성 지역 경제도 마비될 지경이다. 겉으로 드러난 경제적 손실이 92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관계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이는 작은 일일수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남북관계가 파탄났다는 사실이다. 관광 중단 이후 남북관계는 신뢰 기반이 무너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다.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잘못이 크다. 북한은 무고한 관광객이 숨졌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 지난해엔 금강산 내 우리 재산을 몰수ㆍ동결했다. 남북 간 합의와 약속도, 국제 관례도 안중에 없는 행태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미국과의 대화에는 나서면서도 우리 측 대화 제의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경직된 대북 정책도 짚어 볼 문제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고로 중단된 사업인 만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진상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 3대 과제만을 4년째 되풀이 주장하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
대화와 교류 중단은 남과 북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경직된 자세로 대화에 나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유화책도 필요하다. 새 체제의 북한도 달라져야 한다. 총격 사건에 대한 수습 조치, 동결한 남측 자산의 원상복구 등 진정성 있는 교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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