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2’ 콜센터의 막말 전화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원장 바꿔!!!”
금융감독원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들은 민원인들의 이러한 말에 이미 익숙해졌다.
금전적 피해를 입어 상처를 받은 민원인이 이를 하소연 할 데가 마땅치 않다 보니 금감원 민원 전화 '1332'를 걸어 분노를 삭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상담원들도 부처님이 아닌 사람이다. 감정을 억누르며 분노와 불만을 대응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콜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의 상담원들이 매주 처리하는 민원인 통화 대응 건수는 약 80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한 명당 매주 250건의 전화를 받는데, 금융 관련 민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건당 통화시간은 5분을 훌쩍 넘는다. 타 업종 콜센터의 평균 응대시간이 2~3분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긴 시간이다.
불법 사금융업체로부터 입은 피해는 물론 보험금을 제대로 못 받거나, 주식 작전 세력 때문에 투자금을 날리는 등 상담 사례도 다양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하루 근무시간은 말 달리듯 빨리 지나간다.
상담원들이 주로 받는 전화 내용은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내려 구제를 받지 못해 억울 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금감원 차원에서 해결방안이 없다고 하면 민원인들은 화를 내며 욕과 고함은 물론, 금감원장 또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바꾸라고 아우성을 친다.
금감원 담당자는 "심지어 여성 상담원에게 신체부위를 언급하며 성희롱 발언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며 "민원인들의 편에 서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드리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상황인지 민원인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저축은행 사태가 잠잠해진 덕에 지난달부터 주말 특근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건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상담원 확보가 시급하지만한데도 예산 문제가 걸려있어 증원이 쉽지 않다.
본디 금감원 콜센터는 각 금융기관에서 파견된 직원들을 모아 운영했다. 업종별 종사자가 직접 질적으로 높은 상담을 해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이들은 자기가 속한 업체에 대한 불만 전화를 받으면 상담을 거부하거나 누락시켜 버렸다. 상담 신청이 많은 금융기관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의 상품을 이용해 보라는 홍보성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확대되면서 사회단체와 국회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게 되자 금감원은 파견 직원들을 회사로 돌려보내고 지난해 3월부터 직접 전문 상담사를 채용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파견 직원들을 돌려보내자 민원건수가 갑자기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담당자는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지만 콜센터는 민원인이 보다 편리하게 '1332'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민원인들께서도 직원들의 편에서 생각해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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