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마리그. 이는 다른 측면에서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의 열악한 현실을 의미한다. 여하튼 장마철이면 찾아오는 우천순연 경기 속출은 리그 일정은 물론 팀 간의 순위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경기가 치러지는 미국, 캐나다 등은 국내와 달리 장마철이 없다. 비가 오면 그라운드를 방수포로 덮은 뒤 빗방울이 그칠 때가지 기다린다. 경기는 대부분 속개된다. 경기 수가 팀당 162번으로 많고 이동거리가 멀다보니 웬만해선 경기를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태풍이나 폭설의 경우에만 다음날 더블헤더 형태로 경기를 소화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비가 오는 날 일찌감치 취소되는 경기를 다소 신기하게 바라본다.
한국과 인접한 일본은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린다. 태풍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잦은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보다 많은 144경기를 소화한다. 일정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양대 리그 모두 많은 돔구장을 보유한 덕이다. 간혹 돔구장에 전기 문제가 생기거나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만 경기를 취소하고 휴식을 취한다.
다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올해 장마는 다소 늦게 찾아왔다. 일주일만 일찍 왔다면 LG와 SK는 연패를 피할 수 있었다. 롯데, 삼성, KIA의 연승 행진 역시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김응룡 감독은 비가 내리는 날을 항상 염두에 뒀다. 가령 다음날 우천이 예상되면 과감하게 많은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리며 총력전을 펼쳤다. 오랜 감독 경험에서 묻어나온 지혜였다. 물론 다른 감독들도 다음날의 우천 여부를 체크한다. 하지만 그 대다수는 혹시 모를 사태를 우려, 과감한 투수 운영에 고민을 거듭한다.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시즌을 운영하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 역시 장마철의 투수운영, 관리 등에 있어 다른 감독들보다 한 수 위의 판단력을 선보였다. 체력이 바닥나거나 한계에 도달한 선수를 그만의 방법으로 체크해 전력에서 제외했고, 이로 인해 생긴 공백을 2군 경기를 관전을 통해 효과적으로 메웠다. 빈틈없는 시즌 운영은 결코 코치들의 견해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덧 절반을 넘어선 시즌. 순위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를 예측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마철 불리한 팀은 원정경기가 많은 쪽이다. 호텔에서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데다 숙소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몸은 자연스럽게 무거워진다. 실내 훈련의 한계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장에서 던지고 치는 것과 감각적 차이가 커 자칫 리듬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홈경기가 우천 취소되는 경우는 어떠할까. 선수들은 집에서 가족과 편하게 쉴 수 있다. 심리적 안정은 물론 여러모로 컨디션 조절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아쉽게 여길 선수도 있다. 타격감이 한창 올라온 경우다. 내리는 빗속에 감각은 뚝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슬럼프에 빠지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선수에게는 더 없이 달콤한 단비가 될 수 있다. 거듭된 우천 취소는 체력을 충전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 시즌은 독주하는 팀 없이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인다. 비에 발목을 잡히는 팀은 경쟁에서 자칫 멀어질 수 있다. 유난히 초보 감독이 많은 시즌. 당분간 변수가 될 장마를 이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충분히 올 시즌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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