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28일 오후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노조가 공언한 대로 다음달 13일과 20일 하루 8시간(주ㆍ야간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돌입하면 대략 8000여 대 정도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사가 세운 '3년(2009~2011년) 연속 무분규 노사교섭 타결' 기록도 깨진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기점으로 금속노조 총파업, 8월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노동계 하투(夏鬪)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차 노사도 이같은 점을 우려해 파업 직전까지 물밑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하지만 워낙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노사협상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첨예하다. 특히 이번 노사협상의 3대 쟁점인 정치파업 여부, 임ㆍ단협 여부, 노사자율협상 여부 등에 대해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정치파업 여부와 관련, 노조측은 파업결의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합법적인 임단협 파업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28일 최종 교섭결렬을 선언한 후 조정쟁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이후 10~11일 조합원 4만5000여명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9차 본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쟁점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을 선언한 것"이라며 "임단협 결렬로 하는 파업이지 사측이 주장하는 정치적 파업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반면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절차상으로는 임단협 결렬로 진행하는 파업의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정치파업 성격이 농후하다는 게 사측 판단이다.
임금협상 기간인 올해, 정년연장과 타임오프 철폐 등 단협 안건까지 같이 협상해야 하느냐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1696원 인상(기본급 대비 8.4%)과 함께 정년연장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현재 주ㆍ야간 2교대에서 주간2교대의 연내 전환, 노조전임자 대상의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단협에 따르면 단협 개정 또는 신설을 위해서는 2년에 한번씩 노사협상을 할 수 있고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1년에 한번씩 교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임금협상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 역시 올해 임협 기간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나 주간2교대 전환 등의 문제는 올해 해결해야 할 긴박한 사안이라 특별요구안으로 제안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 요구안 중의 하나인 타임오프 원상회복이나 해고자 원직복직 등도 법적으로 해결할지, 노사협상대상인지를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노동계 하투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사의 현명한 판단은 물론 정부도 불법 파업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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