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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행정의 습관적 교착..제도·정당 동시에 바뀌어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24초

경제, 문제는 정치다
<하>멈춰버린 국회, 발목잡힌 정부..대안은?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4일째다. 19대 국회가 개원도 못하고 공회전하고 있는 기간이다. 개인당 하루에 약 8건 씩의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할 대법관 후보자 4명은 현 대법관 임기가 끝나도 대법원 입성을 못 할 처지다.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해서다. 여야가 다음달 2일 개원키로 합의했지만 이렇듯 주요 일정에는 이미 차질이 생겼다. 상임위 배분 문제, 국정조사ㆍ특검 문제 등으로 벌여온 명분싸움은 결국 정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여당에서 배제됐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경제공약들은 새누리당의 선긋기에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의 것'으로 치부된다. 지난 4ㆍ11총선 과정에서 타의에 의한 탈당을 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탄핵 사태를 맞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실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한때 60%를 웃돌던 지지율이 무색하다. 4ㆍ11총선을 전후로 대통령과 정부는 무력해졌다. 정치권이, 특히 여당이 표심을 잡으려고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탓이다. 그 전부터 조짐은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정부입법 통과율은 76%(18대 국회 기준)에 머문다. 김영삼 정부의 통과율(99%)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든다.


대한민국 정치권과 정부의 현주소다. 의회 시스템은 정당 지도부의 일방적 의사결정과 극한대립으로 멈춰섰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지난 4ㆍ11총선까지, 선거 이후 국회가 제 때 문을 연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과 행정부는 거의 자동에 가까운 의회의 반발과 발목잡기로 정책추진 능력을 상실했다. 반복적인 정국의 교착.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바꾸고 총ㆍ대선 주기를 맞춰 대통령과 행정부 기능의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의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정당'과 '당론'에 개별 의원이 매몰되는 기율 중심의 정당정치 문화가 바로잡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1~2년은 포기해야 하는 대통령과 행정부..4년중임제와 총ㆍ대선 주기 일치로 최소한의 효율성은 확보해야 = 미국과 프랑스 등 대통령제나 준대통령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총ㆍ대선 주기를 일치시켰다. 정부가 기능을 못하고 교착에 빠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ㆍ동의안 등의 안건은 모두 14건이다. 이들 안건은 아직 검토조차 안 된 실정이다.


정부의 한 장관급 관료는 "총선이 임기 중에 치러지면 선거 이후 정부는 국정 운영이 힘들어진다"면서 "선거 주기를 조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저서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에서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동기화하고 대통령 임기를 4년중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이슈가 등장해 입법과 공포를 거쳐 실효를 발휘하기까지는 평균 3년이 걸린다. 조 교수가 총ㆍ대선 주기 일치와 동시에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년 단임제 아래에서는 정책이 안정성과 연속성을 갖기 힘들고 대통령에게 책임정치를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원'은 없고 '정당'만 있는 국회..기율 중심 정당문화 바뀌어야 = 의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지금처럼 시스템 자체가 마비돼 '어쩔 수 없는 차단'의 기능만을 해서는 안 되고 입법의 기능, 국정조사ㆍ청문회 등 검증과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가동하는 가운데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이, 엄밀하게 말해서 정당 지도부가 대치하면 정당과 정당 간, 정당과 정부 간 설득이나 타협의 여지는 사라진다. 관건은 의원 개인의 자율성을 높이고 정당의 기율 문화를 완화하는 것이다.


정진민 교수는 "우리 정당들은 지역적인 기반을 지닌 정당지도자 중심의 사당화된 비민주적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정당 지도자들의 단기적인 정치적 목표에 따라 정당의 이합집산이 반복돼 정당정치가 제도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회가 입법갈등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강한 정당 기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조사관은 또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의 경우 내각제 국가에서처럼 내각의 존속 여부가 의회의 신임에 의존하는 것도 아닌데 정당의 당론이 개별 의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율 중심 정당정치의 뿌리는 하향식 공천 시스템이다. 올해 초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중앙당 및 당대표를 폐지하는 쇄신안을 제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 후보선출 과정에서 일반 국민의 참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쇄신파의 한 명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9일 '후진정치를 탈피하여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선결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에서 "제가 그동안 비교적 눈치 안보고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공천걱정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야의 초선의원들이 '일 하는 국회'를 모토로 지도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의원들이 국회 연구단체를 만들 때 다른 당 소속 의원 2명 이상을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한 제도를 강화해 의원들 개인 간의 교류 폭을 넓히고 정책별로 크로스보팅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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