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출근이 또 무산됐다. 신 회장은 25일 오전 9시 35분께 승용차편으로 중구 충정로 농협 본사에 도착했다. 노조원 30여명은 승용차를 가로막고 "관치금융, 모피아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신 회장은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5분여 만에 돌아갔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에도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했다.
신 회장이 농협금융지주의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 이후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돼 농협금융 경영 전반에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농림수산식품부와 경영개선이행 약정서(MOU)를 체결한 것을 두고 7월 말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노조는 약정서 중 '경영 효율화' 항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는 곧 '구조조정'과 같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노조와의 관계 개선은 신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넘어야 할 첫번째 산이다.
무엇보다 선임 과정에 대한 뒷얘기가 나오는 것도 신 회장으로선 부담이다. 신 회장은 "적법한 절차에 선임됐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면접도 없이 밀실에서 진행됐고 후보자 간 이전투구가 벌어졌다는 소문이 도는 등 뒷말은 무성하다.
당시 선임과정을 살펴보면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놓고 회장추천위원회 위원 5명의 표가 3대 2로 갈라졌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사장이 최종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갑작스런 '3분의 2' 원칙이 적용되며 재투표가 결정됐다. 이 규정대로라면 회추위원 5명 중 4명의 표를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추위 위원들이 팽팽히 맞서자 또 다른 대안으로 신동규 회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특히 이 전 사장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처남으로 '청와대 외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권 부위원장은 '민간인 사찰' 논란 등으로 부적합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게 되면서 서둘러 신 회장을 내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회추위원을 놓고서도 자격 논란이 짙다. 지난 11일 회추위원을 선임할 당시만 해도 현 사외이사인 박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가 포함됐으나 갑작스럽게 빠지며 이장영 금융연수원장이 포함됐던 것. 이 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금융연수원 수장이 되면서 겸직 논란이 일자 지난 3월부터 맡아왔던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신 회장을 강력 추천한 인물은 바로 이 원장으로 알려졌다.
농협 노조 관계자는 이날 "이미 대화로 풀어야 할 시기는 지났다"면서 "예정대로 실력 행사로 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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