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시중은행과 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이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 피해 기업들이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재항고기각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23일 밝혔다.
공대위는 지금까지 법원과 검찰을 통해 법적대응을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헌법소원심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근거를 둔 권리구제절차로,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을 제한한다는 취지에서 재항고기각결정 역시 그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서면심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필요할 경우에만 헌법재판소가 변론을 진행하는 비교적 간소한 절차라는 장점이 있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검찰의 재항고기각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돼야 하며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키코 관련 고소·고발사건은 201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해기업 140개사가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씨티, 신한, 외환, SC 등 4개 시중은행을 고발한 데 이어 그해 5월 피해기업 9개사가 은행들을 고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요청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증권거래위원회(SEC) 전문가들과 키코의 문제점을 회의한 결과를 기록한 주미대사관 공문이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2부, 외교통상부로 들어오는 등 수사는 발 빠르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1년 적극적으로 기소 의지를 표명했던 서울중앙지검(금융조세조사2부) 키코 담당수사검사(박성재)가 공판부로 전보 조치됐고, 이후 사표를 제출하게 된다. 이어 그해 7월 서울중앙지검은 키코 판매은행에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공대위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잘못됐다며 같은 해 8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으나 기각됐고, 올해 3월 대검찰청에 재항고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공대위 관계자는 "당시 검찰은 키코계약을 통해 은행이 취득한 콜옵션 이론가가 기업이 취득한 풋옵션 이론가의 적게는 1.4배, 많게는 14배까지 차이가 나는 사실을 인정했고, 은행이 수수료의 명목으로 옵션의 이론가 차이 상당을 마진으로 수취한 사실도 인정했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계약자체의 공정성 여부나 설명의무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을 민사법원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한편 키코사태는 지난 2008년 중소업체들이 시중은행의 권유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 대부분 업체들이 큰 손해를 본 사건이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 키코 가입 업체 242개사의 손실이 2조239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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