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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 "국민銀 때문에 피봤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8초

키코 손실총액 8000억원 중 2400억원이 국민은행
채권단 지원땐 나몰라라
대출 끊길까 피해소송 못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지은 기자] 성동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 키코(KIKO, 선물환·통화옵션파생상품) 사태 인해 입은 손실이 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내년 6월까지 긴급수혈하기로 한 7300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특히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 체결을 거부한 국민은행에게만 최대 2400억원이 넘는 돈을 물렸다. 산업계는 선심쓰듯 상품을 팔았다가도, 정작 회사가 필요로 할 땐 발을 빼는 금융기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자금난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키코 사태 및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업황 급락과 맞물리면서 회사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각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하면 대금을 4~5차례로 나눠 받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 환 헤지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2000년대 중반부터 사상 최대 호황기를 이어온 조선사들을 잡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앞 다퉈 나섰고, 상당수의 중소 조선사들이 키코에 가입을 했다.


중소 조선사들은 이 시기 대규모 시설 투자와 함께 선박 수주전에 나섰던 상황이라 은행권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했다. 즉, 은행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라도 키코에 가입하라는 은행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환율이 계약서상의 금액 이상까지 치솟자 약정금액의 2배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옵션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거액의 손해를 물어내야 했고, 우량 중소기업들이 환차손으로 흑자도산에까지 이르렀다. 성동조선해양도 이러한 업체들에 속한다.


여기에 키코 피해가 발생했어도 성동조선해양은 국민은행 등에 피해보상 요구 등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자율경영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이자비용과 수수료를 모두 감내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잘못 보였다가는 대출길이 막혀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을 정도로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키코 피해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로부터 소 취하를 안하면 대출이 안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성동조선해양이 국민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규모는 약 70억원으로 키코 피해액의 3%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키코 사태로 인해 발생한 채권만 갖고서는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없다고 보고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금융기관들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다른 금융기관들도 적극적인 지원을 망설이는 요인이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키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줬더라면 성동조선해양이 지금의 상황에까지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뒤늦게 지원책을 마련한 것도 문제지만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국민은행에 대해 산업계의 불신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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