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2009년 입사 행원들, 금융위기로 20% 연봉 삭감
1년 차이로 1000만원 불이익..갈수록 격차 커져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2009년 한 대형은행에 입사한 A씨의 지난해 연봉은 3500만원이다. 중소ㆍ중견기업과 비교하면 꽤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A씨는 불쾌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같은 은행에 1년 먼저 들어온 대학 동기와 무려 900여만원 정도의 연봉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입사 1~2년 차이로 1000만원 가까이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6두품(頭品) 은행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기업과 시중은행 등의 신입직원 초임 삭감과 임금 반납을 반강제적으로 추진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2009년 하반기 입사한 신입행원부터 연봉 20%를 삭감했으나 2년째 원상복구되지 않아 노골적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간부는 "인위적인 임금 삭감이나 동결이 계속되면서 기존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우수 인력 채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 임금 수준은?=결국 은행권에는 지금 2009년 이후에 입행한 6두품과 그 전에 들어온 '성골(聖骨)ㆍ진골(眞骨) 은행원' 두 부류로 크게 구분이 가능한 셈이다.
6두품의 초봉은 3000만원 초중반인 반면 성골과 진골은 4000만~4600만원의 초임을 받았고, 이를 기준으로 매년 연봉이 인상되고 있다. 해가 지나도 6두품과 성골 진골의 연봉차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은행권 내부 연봉 자료'에 따르면 일반 기업의 사원ㆍ대리급인 행원의 최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다. 국민은행은 7440만원(2010년 기준), 외환은행은 7250만원(2009년 기준)이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은행(6910만원)과 신한은행(5640만원)이 뒤를 잇는다.
절대 수치로는 국민은행이 가장 높지만 여러 여건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과 외환, 하나은행은 인사적체가 덜하고 비교적 승진이 빠르다"며 "반면 국민과 우리은행의 경우 승진에서 누락돼 근속연수가 긴 고참 행원이 많아 최고 연봉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자급인 과장, 차장의 연봉은 외환은행(6800만~9840만원)이 가장 높다. 상대적으로 인사적체가 심한 국민은행(6800만~9660만원), 우리은행(6340만~8970만원)이 뒤를 이었다. 차장급까지 승진누락이 드물어 30대 차장이 수두룩한 신한은행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부부장(부장), 부장(지점장) 등 관리자급 연봉은 신한은행(8310만~1억3000만원)과 외환은행(9420만~1억2530만원)이 가장 높다.
실적이 좋은 외환은행이나 신한은행의 경우 '플러스 알파'가 많다. 이 연봉에는 연말 성과금이나 특별 상여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감대 형성은 미약=신입 행원들은 조만간 연봉이 예전 수준으로 환원되리라는 기대와 연봉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행원은 "연봉 삭감이 환원되지 않은 채 해마다 같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한다면 선후배들간의 간격은 더 벌어진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의 사정과는 달리 외부 공감대 형성은 미흡해 시각차가 뚜렷하다. 중견ㆍ중소기업 직원들이나 은행내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은행원 연봉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꽤 높은 편이고 어느 정도 정년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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