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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기업 "은행 편든 법원판결,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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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법원이 8일 키코(KIKO) 소송과 관련해 다시 한번 은행의 손을 들어주면서 피해 중소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법원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은행에 면죄부를 줬다"며 "아울러 사실관계 왜곡까지 묵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은 세신정밀이라는 업체가 키코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신한은행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세신정밀이 계약을 스스로 체결한 점을 들어 배상책임을 30%로 한정했다.

키코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현재 130여건의 사건이 항소중에 있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수산중공업 항소심 기각 선고 이후 처음 진행된 판결로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공대위측은 판결 후 성명서를 통해 "법원이 또 키코 피해 중소기업을 외면했다"며 "허탈하면서 자신의 나라에서조차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땅의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인가"라고 되물었다.

피해기업들이 법원 판결에 매달리는 이유는 중재역할을 해야 할 금융당국도 키코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창구인 셈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키코계약으로 인한 피해가 드러난 것만 3조2000억원"이라며 "수십개 기업이 부도나거나 파산했는데도 은행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 말대로 키코가 적합한 상품이었더라도 전문가인 은행과 비전문가인 중소기업간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수십, 수백억원의 손실을 중소기업에 전적으로 묻는 게 과연 공명정대한 판단인가"라고 반문했다.


우선 공대위측은 이번 소송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적극 알려 내년 초 예정된 다른 항소심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대위측은 "내년 1월 20여건, 2월부터 100여건의 항소심이 진행된다"며 "키코 금융사기의 실체를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

☞키코란?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준말로 환율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이다.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계약금액의 몇배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팔도록 설계됐다. 2008년 당시 환율급등으로 피해기업이 늘어났고 은행측과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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