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쉐보레 마니아들, 온·오프서 新문화 창출 열기
국내 자동차 동호회는 1980년대 중반 주로 4륜구동 차량 소유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카오디오, 모터스포츠, 튜닝(드레스업) 등 비슷한 취미를 가진 고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특정 차종 고객층을 대표해 제조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단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 스스로를 ‘쉐슬람’ 이라고 지칭하는 한영수(32) 씨는 한국지엠 쉐보레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가 쉐슬람이 된 것은 지난 3월 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난 후 부터다. 이 영상은 쉐보레 크루즈가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 트럭과의 전복사고에서도 승객의 탑승 공간은 전혀 손상없이 무거운 트레일러를 지탱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미 몇 차례 안전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쉐보레 브랜드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자연스레 팬이 된 것이다. 이후, 한 씨는 쉐보레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을 물론 온라인 활동을 통해 동호회 회원들과 차량에 대한 정보 공유도 하면서 자연스레 '쉐슬람'이 됐다.
지난해 3월,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쉐보레는 그동안 파격적인 미디어 광고와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해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해왔다. 회사 측은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 제품 구매 의향도가 지엠대우 시절 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쉐보레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쉐슬람’이라는 용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차 이름을 애칭으로 부르는 ‘아방이(아반떼)’, ‘서민5호(SM5)’ 등의 용어가 애정과 관심을 담아 부르는 동호인들에 의해 탄생한 별명이라면, 쉐슬람은 쉐보레를 일종의 종교(이슬람교)와 같이 신봉하며 쉐보레 차량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네티즌들을 일컫는 별명이다.
쉐슬람을 자처하는 동호회 층이 더욱 두터워 진 것은 한 편의 블랙박스 영상도 큰 몫을 했다. 최근 교통사고 현장 동영상 등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지난 3월 쉐보레 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인터넷상의 호응은 대단했다.
지난 2월 2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대형 트레일러 트럭이 운전자의 과속 운전으로 1차 중앙 콘크리트벽 추돌 후 전복되며 바로 옆 차선에서 주행 중인 쉐보레 크루즈를 덮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일제히 미국 전역에 속보로 전해졌다. 당시 전복된 대형 트럭 트레일러에는 약 14톤 무게에 이르는 적재물이 실려 있었으며, 트레일러 아래로 끌려 들어간 쉐보레 크루즈는 49세 남성 운전자가 홀로 운전 중이었다. 순간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운전자는 목과 허리 등에 경미한 타박상만 입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쉐보레 크루즈는 뒷바퀴가 내려앉는 등 큰 충격을 받았으나, 운전석 앞 A 필러 등 승객 탑승공간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고 무거운 트레일러를 지탱하며 차내 승객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트레일러가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Fox TV의 이 같은 생생한 보도를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안전한 차 크루즈에 큰 점수를 주고 환호했다. 네티즌들은 각종 사고영상에서 운전자를 보호하며 높은 안전성을 과시하는 쉐보레 차량에 열광하며, 쉐보레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단결하는 형태의 쉐슬람이 생겨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 관계자는 “동호회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하는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회사에는 동호회 전담 담당자가 따로 있을만큼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고객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도 있다”며 “쉐슬람 같은 경우도 한국지엠 고객의 문화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쉐보레의 안정성은 사실 이미 국내외 충돌 안전성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석권하며 쉐보레 전 제품 라인업의 안전성 최고 등급 신기록을 달성해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준대형차 알페온(Alpheon)과 쉐보레 올란도(Orlando)가 국토해양부 선정 ‘2011 올해의 안전한 차’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소형차 아베오(Aveo)도 ‘올해의 안전한 차’에 선정됐다.
여기에 알페온은 KNCAP(Korea New Car Assessment Program) 종합등급제 시행 이 후 최초로 만점을 획득해 최고의 안전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로 출시한 신차 모두가 엄격한 기준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Euro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는 쾌거를 이뤘으며, 미국 신차 안전도 평가(USNCAP)에서 준중형차 크루즈가 전체 시험 대상 차량에서 역대 가장 높은 점수로 최고 등급 별 5개를 획득했다. 아베오 역시 소형차급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최고 등급인 별5개를 기록했다.
쉐슬람들, 車로 로고만들기 기네스 기록
한국지엠이 지난해 11월, 1143대의 차량으로 쉐보레 엠블렘을 만들어 이 부문 기네스북을 세운 이벤트에도 한국지엠 동호회원들이 단체로 참가했었다. 말 그대로 동호회 회원이 모여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이하는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의 100번째 생일날,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쉐보레 비기스트(Biggest) 보타이 챌린지(자동차로 가장 큰 크기의 쉐보레 보타이 로고 만들기 도전)'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등 총 1143대의 쉐보레 차량 동호회원들이 가로 209.7m, 세로 67.6m의 세계 최대 규모 브랜드 로고 카 모자이크를 완성했다. 쉐보레 모양의 카 모자이크는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 최대 규모 카 로고(Largest Car Logo) 부문에 새롭게 등재됐다.
이날 기네스협회로부터 인증서를 수여 받은 한국지엠 판매·AS·마케팅부문 안쿠시 오로라 (Ankush Arora) 부사장은 “쉐보레는 국내 시장에 새로 선보인 지 6개월 만에 달성한 국내시장 브랜드 인지도 98%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에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오늘 고객 여러분과 기네스 신기록을 달성한 것처럼 혁신적인 신제품과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도전을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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