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외식업체 중심 급속도로 성장
-비용부담 크지만 단기간 인지도 확대
-망고식스·블랙스미스 등 매출 확 뛰어
[아시아경제 오주연기자]'1회당 출연료 1000만원.'
어느 배우의 몸값(?)이 아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의 공중파 노출 비용이다.
각종 드라마와 시트콤 등에 제품 홍보를 위한 PPL(Product Placementㆍ간접광고)이 외식ㆍ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당연히 간접광고비 부담도 점차 커지게 마련이지만 신생 브랜드들은 그만큼 인지도 상승효과를 보기 때문에 PPL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억' 단위로 드는 PPL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제품가격에 전가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는 장동건ㆍ김하늘 주연의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PPL을 하고 있다. 방법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기존 PPL들이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해당 제품을 필요 이상 클로즈업해 극 중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장동건의 친구 이종혁이 운영하는 카페로 나오는 망고식스는 꽃중년 4인방이 늘 함께 모이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망고식스가 이 드라마에 매장과 음료 이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조건으로 회당 부담하는 비용은 최소 100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고' 망고음료는 출연료를 '내는' 입장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출연하면서 드는 비용 측면만 따지자면 웬만한 조연급 배우들보다도 '비싼 몸'인 셈이다. 20부작 드라마라면 2억원이 들어간다.
업계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이지만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망고식스 관계자는 "지난 달 29일 첫 방송 이후 방송 이전 대비 전체 매출이 15%이상 증가했다"면서 "드라마 촬영 해당 매장인 도산사거리점의 경우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PPL 때문에 행여 제품가격이 높은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망고식스 내 망고주스 가격은 5000~6000원대. 가장 대표적인 망고주스 5700원, 신제품 레몬에이드는 5000원, 망고빙수 1만2000원 선이다. 국내 망고가격이 비싸기는해도 음료 한 잔 가격 치고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처럼 제품 홍보를 위한 PPL이 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 비용으로 부메랑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버겁지만 간접광고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의 둘째 시누이 조윤희와 이희준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공간은 카페베네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블랙스미스는 적극적인 PPL마케팅으로 초기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넝쿨당의 경우 높은 시청률과 인기에 힘입어 블랙스미스에 대한 관심도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블랙스미스 관계자는 "론칭 6개월 만에 총 38개의 신규 매장을 계약했으며 이 중 현재 16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넝쿨당에 나온 이후 창업 문의가 2배가량 증가했으며 드라마가 끝난 다음날이면 패밀리레스토랑 검색어 중 4위에서 1위로 껑충 올라가곤 한다"고 덧붙였다. PPL 비용에 대해서는 "작품마다, 업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블랙스미스는 회당으로 매기지 않고 한 작품 당으로 계약하고 있다"면서 "억대는 아니다"고 잘랐다. 지난 2010년 카페베네가 광고비에 쓴 비용은 57억원. 판촉비 35억원까지 합하면 92억원가량을 썼다.
특히 신생 브랜드에게 있어 PPL은 뿌리치기 힘든 마케팅소구로 통한다.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카페 드롭탑은 SBS 드라마 '추적자'와 '유령'에 PPL을 넣고 있다. 역시 브랜드의 직접적인 노출이 아니라 사건 전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장소로 등장시켰으며 작품 당으로 계산해 PPL가격 단위는 1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드롭탑 관계자는 "지난해 신하균이 나왔던 KBS드라마 '브레인'에 처음 PPL을 했는데 당시 반응이 매우 좋아 매출이 10%가량 증가했었다"며 "이때 효과를 본 덕분에 올해도 PPL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작품이 성공해야 제품 및 브랜드 인지도도 동반상승한다"며 "사실 이번 작품들은 내용이 무거워서 작품이 뜨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 작품 모두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S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는 주인공이 다니는 직장으로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매장이 나온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정확히 말해 PPL은 아니다. 촬영 장소로 점포를 빌려주고 제품을 공급해주는 장소협찬, 기술지원 형식으로 매장을 노출하고 있는 것. PPL처럼 직접적인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역시 비용이 발생한다. 이 드라마에서 파리바게뜨는 주인공이 다니는 제빵 연구소로 노출되는데 이때 방영되는 장비나 스튜디오, 원재료비는 모두 SPC그룹이 부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PL비용을 바로바로 제품가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마케팅 비용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처음 제품 가격을 산정할 때 포함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수많은 브랜드 틈에서 신생업체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어도 스타마케팅, PPL마케팅을 선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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