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는 원유수입 선택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1980년대 전쟁을 치룬 적대국 이란과 이라크가 손을 잡았다. 주 수입원인 원유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감축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공동보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양국이 OPEC내에서 강력한 동맹을 이루고 있어 온건국인 걸프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을 긴장시키고 OPEC내 불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채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OPEC 내분은 공급관리와 가격 급변동을 막는 OPEC의 능력을 잠식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주 목요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회의에서 적정 원유가격과 글로벌 수요공급 균형, 차기 사무총장 등의 문제를 둘러싼 강력한 이견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이란 핵개발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재에 대한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베네수엘라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의 일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OPEC관계자는 “원유와 정치는 진실로 유독한 혼합물이 된다”면서 “이같은 분열은 유가 급락시 OPEC이 공조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또한 OPEC 정책에 관해 조정하고 있는 강경진영에 합류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로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이 이달초 누리 알라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방문해 OPEC 생산량에 관해 단일 입장을 채택하기로 합의해 이란과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적인 OPEC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석유동맹을 이룬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지난 주 회의에서 OPEC는 하루 3000만 배럴인 산유량 한도를 동결하기로 했는데 아브달라 엘 바드리 사무총장은, 이 목표를 좀 더 엄격히 준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OPEC 통계에 따르면 현재 산유량은 생산량목표를 1.6% 초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시장이 공급과잉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산을 요청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고유가가 취약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원유가격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가게 하기 위해 올해 지난 30년 사이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면서 이란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