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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현장서 魂을 불사른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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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참사 계기 건설인들의 열정과 헌신 재조명

해외현장서 魂을 불사른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합동분양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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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원훈 중 무명(無名)이란 단어가 있다. 이름없이 묵묵히 업무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국정원의 이 원훈이 해외로 나가 있는 건설인과 ‘오버랩’되는 것은 이들이 모습이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100조, 200조원 수주라는 수치에 묻혀 그들만의 뛰어난 활약상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점과 자신의 업무를 ‘소명’이라며 묵묵히 수행한다는 점이 많이 닮았다. 이역만리 페루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알렸던 건설인들의 안타까운 비보(悲報)가 전해지면서 ‘무명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제발 살아만 계셔라.” 페루 물산업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그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한국인 8명 등 총 14명을 태운채 추락했던 헬기 잔해가 지난 9일 발견됐다는 소식에 유가족은 물론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당초 헬기가 실종됐다는 소식과 함께 생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며 한줄기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대를 걸었지만 안데스산맥은 결국 그들을 삶의 동산으로 놓아주지 않았다. 사고 헬기에는 삼성물산 직원 3명과 수자원공사 직원 1명, 한국종합기술과 서영엔지니어링 직원 각 2명 등 모두 8명의 한국인이 탑승해 있었다.


사고를 당한 고인들은 한국 수자원 수출의 최전선에서 일하던 수출역군들이었다.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와 댐 설계 최고 전문가들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더 컸다. 이들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동쪽 720㎞ 떨어진 지역에 건설 예정인 이남바리강 카라바야 수력 발전소 부지를 둘러보고 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80㎿급 수력발전기 5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16억1600만달러(1조9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안데스 산맥 주변 중남미 국가를 개척할 수 있다는 ‘사명’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한국의 수출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기뻐했었다는 것이 주변 동료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건설업계는 비통함과 슬픔에 잠겼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언급조차 힘들어 할 정도다. 사고를 당한 이들이 국내 최고의 기술진이기에 앞서 건설인의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해외건설현장에서 ‘순직’하는 건설인이 많았지만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전념했다. 국가정보원의 원훈인 무명(無名)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해외에 나가 있을 때는 국가를 대신해왔다는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일했다는 것이 건설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 건설업체 간부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한국인은 그 나라의 얼굴이 된다”며 “직원이기에 앞서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끼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 국가에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자며 힘들어도 자신을 채찍질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 발전이끈 오지 마다않는 도전정신
한국 건설기술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건설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이러한 경쟁력에는 숱한 애환이 담겨 있다.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인재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생사를 넘나들며 이들이 만들어온 결과물은 해외건설 수주 6000억 달러의 역사다.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나갈 때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해외현장서 魂을 불사른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페루 오콘가테의 마마로사산 해발 4천900m 고지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실종 헬기 탑승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연합

B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했던 지역을 살펴보면 어느 한 곳 편안한 지역이 없았다”며 “내전은 물론 열악한 환경과 오지의 풍토병과 맞서 싸우는 것이 진출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페루 사고처럼 산악지역과 수력발전소는 직원들이 서로 나지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조건 중 하나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7년 나이지리아에서 직원 9명이 납치를 당한 사건 있었다. 이 보다 더 눈길을 끄는 사건은 납치된 9명 중 2명이 석방 1개월 만에 다시 나이지리아 현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모두 잔뼈가 굵은 해외 건설 전문 인력들로 이들은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현장복귀를 자원했다고 한다.


납치를 당하면 공포감을 느껴 그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기 꺼리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마무리 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일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영원한 현장맨이라는건설인들의 의지와 장인정신의 단면이 느껴진다.


대우건설이 위험지역임에도 포기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당시 나이지리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이 한국인의 성공적 건설사례로 널리 알려지는 덕분에 인근 다른 국가의 발전소 건설사업으로 이어지는 등 공이 컸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최고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열악한 해외현장 안전문제 되새기는 교훈 삼아야
1990년 이후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늘었다. 중동지역은 물론 필리핀 등 동남아 그리고 중동, 스리랑카, 최근 페루처럼 남미지역까지 크게 확대했다. 이들 지역들이 한국기업을 택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그동안 해외진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신뢰때문이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는 점도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외국기업들이 내전이나 종교분쟁으로 포기한 지역을 한국기업들은 뛰어들어 수차례 성공을 거두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한국 건설인들은 수퍼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물론 위험도가 높다는 비난도 많았지만 오늘날 다수의 한국건설업체들이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성장한 이유이자 배경이기도 하다.


C 건설업체 간부는 “위험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외국기업들이 꺼려하기 마련이지만 한국 건설인은 뚝심 하나로 이뤄낸 사례가 무척 많다”며 “위험지역으로 직원들을 내몬다는 비판도 있지만 해외현장에서 한국인이면 안된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등 한국건설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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