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보다 배꼽 큰 임대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상당수의 수입차 브랜드가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임대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 지역에 본사를 둔 수입차 브랜드 중 일부가 순손실을 기록하는 중에도 수십억원을 임대료로 지출,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수입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 3개사가 지난해 말 기준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9억~23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일본 브랜드 전체 판매대수가 급감했던 것이 1차 원인이지만 판매대수가 회복된다고 해도 적지 않은 임대료는 해당 업체에게 지속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23억4697만원을 임대료로 지출했다. 이는 1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 2010년 22억9330만원보다도 5000만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교육센터 임대료 명목으로 지출된 12억원을 제외한 11억원이 본사 임대료”라며 “강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감내해야할 비용”이라고 답변했다.
혼다와 닛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억3900만원의 임대료를 지출한 혼다는 같은 기간 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임대료는 오히려 높아졌다. 9억2782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 닛산은 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수입차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는 가운데 차를 많이 판다고 해도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며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지 않는 한 임대료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수입차 브랜드의 현실도 녹록치 않다. 캐딜락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GM코리아는 최근 강남 본사를 떠나 한국GM 부평 본사로 이동해 수억원에 달하는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지만 크라이슬러 등 다른 브랜드는 여전히 순이익 대비 30%가 넘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상당수의 수입차 브랜드가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 가며 강남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이전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계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수입차=강남이라는 공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강남에 정착하지 못하면 한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순이익 504억원을 기록한 BMW코리아는 임대료 명목으로 27억9486만원을 지출했다. 순이익 대비 5.5% 수준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순이익 대비 10% 내외의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에 입주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순이익 대비 1.5% 수준인 약 5억8000만원을 임대료 명목으로 계상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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