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친환경, 친환경. 언제부턴가 건축물에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이 말. 너도나도 ‘친환경’이라 내세우는 건축물이 진짜 친환경인지 궁금하다면,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2002년 국내에 도입된 인증제도는 현재까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수정·보완을 거듭해 왔다. 오는 7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의 내용을 살펴보고, 해외의 인증제도와 비교해 봤다.
‘친환경’, ‘웰빙’, ‘에코’ 등의 단어가 막 생겨나 흐름을 생성할 무렵.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이 초록빛 물결을 ‘건물’에다 입혀보자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Green Building Certification Criteria, 이하 GBCC)’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보다 이른 199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었지만, 국내 도입 당시에는 이슈가 되기 충분했다.
2001년 12월 3일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제정한 GBCC는 친환경 건축물의 인증과 보급을 평가 목적으로 한다. 평가 대상은 공동주택, 주상복합, 업무용, 학교, 판매시설, 숙박시설이며 평가 항목은 토지 이용, 교통, 에너지, 재료 및 자원, 수자원, 대기오염,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 환경 등 9개로 나뉜다.
건축물 인증기관은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로부터 위탁받은 토지주택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교육환경연구원, 크레비즈 큐엠까지 4군데다. 이들 기관이 상기 9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여 점수를 매긴다.
만점은 100점이다. 각각의 항목의 배점을 합산해 공동주택의 경우 74점 이상(기존 건축물의 경우 69점 이상)이면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 업무용건축물, 학교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그 밖의 건축물은 80점 이상(기존 건축물 75점 이상)을 받아야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
주택법·건축법 이원화된 기준 단일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법은 현재까지 수차례 개정을 거쳤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2월 개정·고시됐으며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금번 개정으로 인해 그 동안 겪었던 인증제의 불편을 개선하고 친환경건축물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은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를 통해 기존 인증제의 실효성 여부를 따져 묻곤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그 동안은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건축법’에 따른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와 ‘주택법’에 따른 주택성능등급 인정제도를 각각 운영하며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의 건축과 주택 품질향상을 유도해 왔다”면서 “그러나 두 제도의 평가기준이 상당 부분 중복되고 건축주가 각각 인증 받을 경우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등 경제적·시간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우선 친환경건축물 인증기준과 주택성능등급의 인정기준을 일원화해 한 번의 신청으로 두 가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건축주는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 최소 400만 원에서 최대 900만 원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에서 부여하는 취득세 감면(5∼15%), 용적률 등 건축기준 완화(4∼12%), 환경개선부담금 경감(20∼50%)과 주택성능등급 인정제도에서 부여하는 분양가상한제 가산비(1~4%) 부과 등의 인센티브를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청사와 공공업무시설에 대해 친환경건축물 2등급 이상을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개선했다. 기존에는 공공기관이 건축하는 연면적 합계 1만㎡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친환경건축 인증을 받도록 했으나, 엄격한 등급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됐다.
아울러, 그 동안 신축하는 대형건축물로 한정됐던 친환경건축물 인증대상도 신축하는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중 20세대 미만의 소형주택과 건축한지 3년이 경과한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인증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해외 평가항목 국내실정과 다소 거리감
‘친환경’ 키워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주요 해외국가에서도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와 영국의 BREEAM(BRE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을 꼽을 수 있다.
특히 LEED 같은 경우는 이미 국내에서도 널리 퍼진 상태로,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도 ‘LEED 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국내 소재 LEED 인증 목록에 이름을 올린 건축물은 약 20개다. 인증 업체의 경우 ‘LEED 인증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건축물 인증에 따라 외화 낭비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LEED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개발기관인 U.S.GBC에 수수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이 밖에도 미국산 자재 또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재료를 쓰는 등 절차 상 발생하는 비용이 크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다. LEED의 평가 항목이 국내 실정과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건축 업계 한 관계자는 “LEED는 녹지율이 거의 없어도 친환경 1등급 인증을 주는 등 국내 실정에는 잘 맞지 않다”면서 “국내 건축물에는 아무래도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GBCC가 효용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 BREEAM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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